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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
추억의 싸이월드가 부활을 예고했다. 많은 이들의 추억과 흑역사를 동시에 담고 있던 싸이월드. 이미 한 차례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폐업까지 했던 싸이월드는 부활을 위한 히든 카드로 '메타버스'를 도입한다고 한다. 기업의 생사를 책임질 이 메타버스란 무엇일까.
최근에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핫하다.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유니버스를 결합해 탄생한 메타버스. 생소한 단어 같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한 체험을 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중고 매물도 없어서 못 판다는 닌텐도 사의 '동물의 숲' 게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을을 꾸미고 다른 사람의 마을에 놀러 갈 수 있는 이 게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당시 동물의 숲에 선거캠프를 차리고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바이든 섬을 만들어 게임 속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이 섬을 드나들 수 있게 했고, 코로나로 대면 유세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바이든 캐릭터는 다른 유저 캐릭터들을 만났다. 그가 만난 다른 캐릭터들은 현실 세계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였을 것이다. 가상에서의 행위가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이것이 메타버스다.
얼마 전 순천향대에서 코로나로 대면 입학식이 어려워지자 점프VR를 통해 입학식을 메타버스로 구현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미국 UC버클리대학 학생들도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졸업식을 했다. 마인크래프트는 블록을 쌓아 건물을 세우고,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샌드박스 게임인데, 버클리 학생들은 이 게임 안에서 캠퍼스를 만들고 '블록으로 만든 버클리'라는 뜻으로 '블로클리'라는 이름도 붙였다.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어려워지자 학생들은 블로클리에 모여 가상세계에서 졸업식을 진행했고, 학생들이 모인 이 졸업장에 총장님이 캐릭터로 나와 졸업 연설도 했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엔터 업계에서도 활발히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던 BTS의 다이너마이트 안무버전 뮤직비디오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에서 최초 공개되었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의 가상 세계에서 관객들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고, 현실 세계에서의 화려한 조명들은 설치하기 위해 아주 큰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가상세계에서는 원하는 대로 불꽃도 쏘아 올릴 수 있고, 언제든 밤낮으로 연출하여 무한으로 더 아름답게 꾸밀 수도 있어 불가능도 가능하게 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이용자들과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구찌와 컬래버하여 '구찌빌라'라는 가상 공간을 설치해 구찌의 신상품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현실에서 실제 판매 중인 상품을 굳이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이렇게 가상 공간에서 만날 수 있고, 또 캐릭터가 착용할 수도 있어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이다.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가 앞당겨지며 메타버스는 더욱 빠르게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사이버 친구들이 많아지고, 현실 친구는 점점 줄어들어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하는 전조이진 않을까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이 또한 당연한 시대흐름의 결과라 생각한다.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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