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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주류시장 뒤흔드는 'BTS 팝', 美 대중음악 핵심 힙합 전면에

2021-03-18

자유분방함 가감없이 보여줘

소수의 충성 팬덤에 화력 의지

K팝 전략적 한계까지 넘어서

본고장 인정 새 장르 만들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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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15일(한국시각) 온라인으로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레드카펫에 참여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BTS) 신드롬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미국 그래미어워즈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그들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더욱 확고해졌다. '다이너마이트'가 한국 대중음악이 단 한 번도 밟지 못했던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HOT 100'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지명된 건 팝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었다. 주목할 건 이 같은 성공이 단발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지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자료를 참고해 단순한 유행을 넘어 문화 현상을 이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조명해봤다.


◆'그래미' 노미네이트와 의의

방탄소년단은 그간 영어곡과 같은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마음은 없다는 의도를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그 전례를 깨고 '다이너마이트'를 영어 버전으로 전격 발표했다. 장르 역시 빌보드 차트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경쾌한 디스코 팝 스타일을 취했다. 가사에는 미국 대중들이 쉽게 반응할 만한 문화적 코드들이 담겨 있고,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무력감과 허탈감을 이겨낼 댄스 안무로 그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까지 방탄소년단에게 그래미상을 수여할 만큼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기존 틀에서 벗어난 건 아니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도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국 음악계의 인정"이라며 "이를 통한 소득과 성과는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시장 공략은 단순히 현지화의 성공이라기보다는 그간의 누적된 인기와 신뢰를 통해 얻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이 가능했던 건 기존의 K팝과 구분되는 방탄소년단의 매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여타 K팝 아이돌과 차별화된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태도, 진솔한 감동을 이끄는 내러티브, 그리고 사운드와 비주얼의 미학은 K팝이 아닌 온전히 방탄소년단의 매력에 근거했고, 이는 기존 K팝과는 다른 인간적이며 유기적인 매력을 가진 그들만의 색깔이 됐다.

◆K팝의 혁신과 변화를 논하다

방탄소년단은 차트에서의 지속성이라는 부분 하나만으로 이미 K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과거 K팝이 미국에서 보여준 성공은 매우 일시적이며 범위 또한 국지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 비춰봐도 그렇다. 미국 현지에서 일반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미국 팝 음악과 달리 K팝은 늘 충성스러운 소수 팬이 뿜어내는 집중적인 화력에 의지해야만 했다. 가령 앨범이나 신곡이 발매되면 첫 주 동안 팬덤이 구매와 스트리밍을 집중시켜 빌보드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일궈내는 방식이다.

이는 K팝이 시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얻어진 결과는 종종 미국 주류 음악 팬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배타적인 인종적·언어적 시장 구조 안에서 K팝이 겪은 어려움을 감안해 본다면 이 같은 비판이 정당해 보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 한계는 K팝이라는 산업이 가진 최대치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방탄소년단은 최고의 프로모터나 언론의 도움 없이 기존 K팝 팬의 신뢰를 확보해 나갔다. 한류나 K팝 팬과 구분되는 소위 'BTS-pop'의 팬들은 레거시 미디어나 방송의 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SNS를 중심으로 한 뉴 미디어의 혁명, 일종의 풀뿌리 운동과 같은 온라인에서의 소통과 연대를 통해 제도권의 장벽을 하나하나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이는 K팝의 소비 형태와 궁극적으로는 K팝 팬덤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주류 음악으로서 새로운 가능성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화려한 퍼포먼스나 트렌디한 음악 외에도 그들 음악에 내포된 문학적·철학적·신화적 요소들로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K팝이 가진 고정적 이미지 혹은 장르적 한계라고 여겨져 왔던 부분을 극복하며 주류 시장에 우뚝 섰다는 점이다. 그간 K팝은 철 지난 미국 팝 스타일을 뒤늦게 모방 혹은 차용하는 방식으로 작은 규모의 시장들을 중심으로 인정을 받거나 보편적이지 못한 마니아적인 음악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현재 미국 대중음악의 가장 핵심을 이루고 있는 힙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힙합이 가진 공격적인 태도와 솔직함, 그리고 거칠고 자유분방한 태도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기존의 K팝과는 다른 방법론을 택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구현에 온 힘을 쏟았다. 최근 활동에서도 그 본질적 차이는 잘 드러난다. 방탄소년단의 모든 콘텐츠와 그들의 온라인 활동은 즉각적인 소통과 무한한 확장, 그리고 이를 통한 팬들의 실시간 동참이라는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창적인 커뮤니티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놀이터이자 세계가 된 것이다.

'팝'이라는 절대적인 세계와 그 중심으로서 미국 대중음악 시장은 관용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그 중심을 영미권 이외의 아티스트에게 내어 준 적이 없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등장으로 그 공고한 흐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쌓아 올린 주류 음악 시장의 벽은 여전히 높고 쉽게 무너지지 않을 테지만 방탄소년단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K팝이 주류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정도의 개념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질서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중대한 변화 가능성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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