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공 공식 '스핀오프'
팬덤 확보·비용 절감 두 토끼
tvN 성공사례 보고 벤치마킹
이미지·재미 빠르게 소모돼
새 아이템·신선도 유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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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신서유기 외전' |
스핀오프가 예능 프로그램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영화와 드라마가 스핀오프를 통해 기존 시리즈에서 보여주지 못한 스토리와 캐릭터의 재조명은 물론 세계관 확장으로 새로움을 선사하듯, 예능 역시 고정 팬덤이 형성된 프로그램과 인지도를 쌓은 출연진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변주한다. 실험적인 다양한 시도는 물론 기존 시청자들을 흡수해 새로운 화제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높은 성공 공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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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화두 '스핀오프'
스핀오프는 양날의 검일 수 있는 익숙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방송사 입장에선 인기를 끈 본 프로그램의 흥행 포맷을 차용해 약간의 변화와 확장을 주는 것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고, 시청률도 일정 부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긴다. 물론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이 갈수록 TV를 외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선택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는 방식이라 진입 장벽이 낮지만, 남발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국내 예능에 스핀오프 방식을 정착시킨 건 tvN이다. 예능계 '미다스의 손' 나영석 PD는 tvN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서유기'와 '삼시세끼' 등 자신의 대표작들을 본편에 그치지 않고 숏폼 형태의 스핀오프 예능으로 변주해 외연을 확장시켰다. 대표적으로 '신서유기' 멤버들 각각의 개성을 살린 '라끼남'(강호동), '마포멋쟁이'(송민호·피오), '나홀로 이식당'(이수근),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이수근·은지원),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규현) 등이 편성의 묘미를 살려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탄력이 붙은 tvN은 스핀오프 예능 제작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2017년 첫 방송을 시작해 세 번째 시즌까지 마친 '신서유기' 시리즈 외전인 '강식당'을 비롯해 '꽃보다 누나'의 윤여정을 앞세워 '윤식당' '윤스테이'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최근 유재석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2부작 스핀오프인 '난리났네 난리났어'도 내놨다. 기존 콘텐츠의 인기에서 파생됐기 때문에 대중적 관심은 물론 홍보가 쉬운 '저비용 고효율'의 이점을 제대로 공략한 셈이다.
이에 뒤질세라 타 채널들도 스핀오프 예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MBC는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인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를 통해 박나래·한혜진·화사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하며 팬덤을 결집했다. 개그맨 정형돈과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재연 배우들이 만들어나가는 '돈플릭스'도 시즌2까지 제작됐고, '구해줘! 홈즈'는 집안 셀프 인테리어 대결 프로그램 '바꿔줘! 홈즈'로 영역을 확장했다.
JTBC는 '아는 형님'의 스핀오프인 '아는 형님 방과후 활동' '뭉쳐야 찬다'에서 파생한 '뭉쳐야 찬다 외전-감독님이 보고 계셔' 등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코미디TV는 간판 장수 프로그램인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오늘부터 운동뚱' '오늘부터 댄스뚱' 등을 통해 멤버들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티캐스트 E채널은 '노는 언니'의 스핀오프인 '노는 브로(bro)'를 5월에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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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다변화…대세는 음악 프로
스핀오프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건 음악 프로그램이다. TV조선의 '미스트롯' 시리즈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2019년 방송된 '미스트롯' 시즌1의 우승자인 가수 송가인을 앞세운 '뽕 따러 가세'가 성공을 거뒀고, '미스터트롯'의 주역들이 대거 참여하는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은 15%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구가했다. 여세를 몰아 '미스트롯2'의 톱7 출연자가 사연을 보낸 부모님에게 신청곡을 불러주는 '내 딸 하자'까지 지난 2일 론칭했다. TV조선 측은 "올해 대한민국을 트로트 광풍으로 휘몰아친 '미스트롯2' 톱7이 3개월 동안의 경연 기간 내내 음원 스트리밍 응원과 문자 투표로 지지를 보내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JTBC '유명가수전'은 '싱어게인-무명가수전'에서 톱3에 오른 이승윤, 이무진, 정홍일이 선배 가수들과 함께 음악과 이야기를 선보이는 토크쇼로 주목을 받았고, KBS '트롯 전국체전'의 주요 출연자들은 의뢰인 고민에 따라 즉석에서 무대를 꾸미는 '트롯 매직유랑단'에 출연 중이다. 이런 분위기는 타 장르로도 확산하고 있다. 최고 시청률 17.4%로 막을 내린 tvN '철인왕후'는 후일담을 담은 스핀오프 웹드라마 '철인왕후 대나무숲'을 자사 OTT인 티빙에 2부작으로 편성했다. 현재 촬영 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출연진들이 모인 예능 '슬기로운 캠핑생활'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고, OCN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경이로운 소문'도 스핀오프 버전 예능 '경이로운 귀환'으로 돌아왔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핀오프 예능의 확산은 플랫폼 다변화로 인한 무한 경쟁이 가져온 결과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인기를 활용하는 동시에 각 예능 속 캐릭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재미를 부여한다"며 "다만 빠른 속도로 이미지와 재미가 소모돼버리는 약점도 안고 있는 만큼 본편의 인기에 안주하지 말고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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