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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준영기자〈경북부〉 |
경북 칠곡군에서 발원된 '칠곡할매글꼴' 열풍이 거세다.
글꼴 제작 수개월 만에 <주>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에 정식 탑재되는가 하면, 국내 최초의 한글전용박물관에 상설 전시되는 기염을 토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경주 황리단길에도 이 글꼴로 제작한 대형현수막이 내걸리고, 공직자들의 명함과 판매상품을 담는 종이가방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칠곡할매글꼴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 태어나 한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인문해교육의 결과물이다. 칠곡군은 지난해 12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할머니 400분 중 개성이 강한 글씨체 다섯 가지를 선정해 글꼴로 제작했다.
사실 칠곡할매글꼴은 가독성이 좋은 글씨체가 아니다. 마치 초등학교 입학생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것처럼 삐뚤빼뚤하다. 하지만 글꼴 완성을 위해 한 사람당 2천여 장씩 손글씨를 썼다고 하니 그 열정만큼은 어느 글꼴과 견주어 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글 문화유산으로 기록돼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이유다.
우리의 삶을 바꾸고 스마트 시대를 이끌었던 혁신적인 제품 아이폰의 성공신화도 글꼴과 무관치 않다. 애플사(社)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학창 시절 배운 '개러몬드' 서체를 현대적으로 개선해 '애플 개러몬드' 서체로 발전시켰다. 이를 모든 제품과 광고캠페인에 적용해 애플만의 독자적인 감성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성공신화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글꼴은 디지털 강국과 디자인 강국으로 가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스티브 잡스가 개러몬드 서체를 통해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들었듯이, 우리도 오랫동안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글꼴을 생성해 디지털 전환 시대를 적극 대비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한글 글꼴산업이 과거에 비해 성장했지만 여전히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며 사용되는 글꼴 또한 매우 제한적이란 점이다.
다양한 글씨체가 많은 사회일수록 이를 활용한 글꼴과 문화가 다채롭게 발달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범정부적 노력도 필요하다.
방송인 출신 역사학자로 한글문화연대를 만들어 우리말글 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가 칠곡할매글꼴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마준영기자〈경북부〉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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