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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책상사이] 오월의 초목을 바라보며

2021-05-10

[밥상과 책상사이] 오월의 초목을 바라보며
윤일현〈시인·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 산맥의 고원지대다. 감자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감자는 메마르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 유럽 전역에서 재배되었고 수많은 사람을 기아에서 벗어나게 했다. 1840년대 아일랜드에서 세계사적 비극이 발생했다. 갑자기 유행한 감자 역병 때문이다.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굶어 죽었고,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미국에 이민 갔다. 현재 미국인 약 4천만 명의 조상이 아일랜드계라고 한다. 이렇게 치명적이고도 참혹한 아일랜드 감자 파동은 한 품종의 씨감자 때문이었다. 품종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그 품종이 어떤 특정 질병에 약하면 온 나라 감자가 다 위태롭게 된다는 말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 나라 안의 모든 감자가 멸종하게 된다.

안데스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감자가 재배되었다. 한 품종이 병에 걸려도 다른 품종은 그 병에 강할 수 있었다. 품종이 다양하면 전멸할 일은 없다. 인간이 키우는 채소도 마찬가지다. 오랜 세대를 이어가려면 다양성의 유지가 필요하다.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전략가, 잡초'에는 감자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그 구체적 사례가 수없이 많다. 잡초처럼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야생 식물이 멸종하지 않고 세대를 이어가려면 뛰어난 형질을 고르고 골라 똑같이 만들기보다는 개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녹색식물은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신이 필요로 하는 유기 양분과 에너지를 만든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파란색과 빨간색 파장의 빛은 흡수하지만, 녹색 파장의 빛은 불필요하기 때문에 반사한다. 그래서 식물의 잎은 우리 눈에 녹색으로 보인다. 식물이 모든 빛을 다 흡수한다면 모든 잎은 검게 보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식물은 우리를 괴롭히는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여 탄수화물도 만들어 준다. 알면 알수록 식물의 삶은 참으로 놀랍다. 오월의 부드러운 연둣빛 새순은 어린이, 힘이 솟아나는 것 같은 초록 잎은 신체 활동이 왕성한 청소년을 닮아 더욱더 귀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상황이 강압적 지시와 권고를 남발하게 하고 있다.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재난 경보 문자나 당국의 방역 지침은 다양한 경우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메시지에 가깝다. 비대면 교육 역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양성이 존중받고 권장돼야 사회는 건강이 유지된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조금 내놓고, 해로운 것도 일부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세상을 더욱 밝고 환하게 할 것이다. 아카시아 향이 감미롭고 연두와 초록의 향연이 눈부신 오월이다. 삶이 힘들고 각박할지라도 계절의 여왕 오월의 품에 안겨 힘과 활력을 얻으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윤일현〈시인·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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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시인·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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