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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빌바오 효과'와 문화분권

2021-06-10

'이건희 미술관' 입지 결정
문 정부 분권 의지 가늠자
문체부, 서울 송현동 타진
수도권 건립은 정답 아냐
'스토리' 있는 대구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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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도권 집중이 이토록 심화한 나라가 또 있을까. '수도권 요지경' 대한민국 얘기다. 수도권 집중은 정치·경제·문화·교육·인구를 아우른다. 정치야 알다시피 정치권력이 통째 서울에 있고 입법은 100% 여의도에서 이루어지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방의회가 있지 않느냐고? 지방의회는 감히 국법에 손을 대지 못한다. 조례 제·개정이 고작이다. 경제 집중은 대기업 본사 90%가 수도권에 있다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문화 편차도 가관이다. 대구의 미술관 수는 3곳인데 비해 수도권은 104곳. 문화의 수도권 집중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관용어로 굳어진 'SKY 대학' '인(in) 서울'은 교육 허브 서울의 위상을 가감없이 노정한다. 국토의 11% 남짓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있는 현상도 한국만의 풍광이다. 한데 1949년의 인구분포를 보면 마치 가짜뉴스 같다. 당시 2천16만명 전체 인구 중 서울은 145만명으로 시·도 중 7위였다. 321만명의 웅도 경북이 1위였다니…. 격세지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분권국가를 구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웬걸. 수도권 집중은 더 공고해졌다. 균형발전은 동력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분권 의지를 가늠할 이슈가 생겼다. '이건희 미술관'이다.

대구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승부수를 띄웠다. 미술관 건립비 2천500억원 전액을 시비와 시민성금으로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장소는 옛 경북도청 부지.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건립 의사도 밝혔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인교동 삼성 창업지와 이건희 생가를 공원으로 조성한다. 미술관 유치에 성공하면 이건희 생가~삼성창조캠퍼스~이건희 미술관을 잇는 '이건희 투어루트'도 운용할 방침이다.

파격 제안이다. 다른 지자체에선 흉내조차 내기 어렵다. 설사 시늉을 해본들 저들에겐 삼성 발상지, 이건희 생가 같은 '스토리텔링'이 없다. 대구는 3합(合)이 맞아떨어진다. 삼성과의 인연, 삼성·이건희 스토리, 적극적 유치 전략까지.

컬렉션은 수집한 사람의 삶과 향기, 역사관, 작품에 대한 안목까지 담아내는 만큼 한 곳에 모으는 게 맞다. 국립근대미술관과 '이건희 미술관'을 병합하려는 시도 역시 '이건희 컬렉션'의 심의(深意)를 퇴색시킬 뿐이다. '이건희 컬렉션'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희귀 진품들이 수두룩하다. 콘텐츠만큼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실험정신이 깃든 빌바오 미술관은 우아한 곡선의 자태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게리의 명품 건축물이라면 '이건희 컬렉션'과도 환상의 조합이 될 듯싶다.

'이건희 스토리텔링'과 문화 아우라를 겸비한 대구는 '빌바오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데 서울 쪽의 방향타는 대구의 기대치와 사뭇 다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관을 염두에 두고 서울 송현동 부지의 사용 가능성을 서울시에 타진했다. 한 중앙언론은 '이건희 컬렉션' 특집을 다루면서 '이건희 미술관'의 송현동 건립이 타당한 양 군불을 땠다. 그러나 수도권 건립은 오답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기조에도 배치되지만 명소가 많은 서울에선 '빌바오 효과'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문화 소비의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는 꼴이다.

'이건희 미술관'의 송현동 낙점은 돌이킬 수 없는 '본헤드 플레이'가 될 것이다. 상식을 거스르는 무리수는 업보로 돌아온다. 한국은 이미 '서울 공화국'이다. 정부는 정녕 문화분권의 표상이 될 이벤트를 걷어찰 요량인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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