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윤석열 지지율 추이에 대해 "위험하다"고 불쑥 경고했다. "그 검사가 용기를 조금 잃은 것 같다. 과거 정치에 미숙했던 안철수 대표와 비슷한 판단을 한다"고도 했다. 같은 날 같은 당 정미경 최고위원의 '별의 순간을 놓쳤다'는 의미의 발언도 논란을 낳았다. 입당 압박용으로만 보기엔 꽤 센 비판들이다.
윤석열의 입당이 늦춰지는 것이 불안하고 불편하다. 무엇보다 옳지 않다. 그가 대한민국을 이끌만한 충분한 자격과 자질을 갖췄는지 제대로 알고 싶다. 국민의 마땅한 권리이고 윤석열의 당연한 의무다. 입당 회피는 검증 회피의 꼼수? 그런 오해를 받는다. 부인과 장모의 일도 마찬가지다. 법의 판단만 중요한 게 아니다. 대통령의 가족은 당연히 윤리적·정치적 평가의 대상이다. 가족 의혹을 남 얘기하듯 해선 안 된다. 내게 문제가 없다고 세상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검사 윤석열은 박수받기에 충분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은 '급조'와 '윤색'의 위험요소를 안고 출발했다. 남귤북지(南橘北枳)라지 않나. 강남의 탐스러운 귤나무를 강북에 옮겨심어도 귤나무로 잘 자랄지 탱자나무로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막판 야권후보 단일화? 쉽게 생각지 말라. 권력에는 공짜 없다. 많은 위험과 변수가 도사린다. 왜 대로를 놔두고 샛길로 둘러 가려는가. 꼬인 처신이다. 전광석화는 검사 윤석열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그걸 최재형에게 뺏겼다. 최재형의 선명한 의지와 망설임 없는 행보에 허 찔렸다. '윤석열이 안철수 될 때 최재형이 윤석열 됐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고유한 색이나 가치를 잃지 않고 경선에 참여했으면 좋겠다'(이준석 대표)는 점잖은 말은 실은 아픈 충고다. 혹 하늘에서 백마 타고 내려와 난세를 구할 불세출의 영웅을 꿈꾸는가. 도취다.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은 우상이 아니라 이성의 산물이어야 한다. 모든 유사 권위주의는 거짓 우상을 자양분 삼아 잉태한다.
윤석열다움의 상실, 전략 실패, 메시지 부재 등 3무(無)가 겹친 위기다. 위기의 근원은 어딘가. 윤석열의 언어에 단단한 내면의 소리가 사라졌다. 공명이 있을 리 없다. 그의 언행엔 뭔가 기획적 냄새가 풍긴다. 시대적 담론에 대한 깊은 고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반(反)문재인' 행보는 세상의 시선을 그에게로 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을 얻진 못한다.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게임을 하자고 덤벼든다? 예상치 못한 가벼움이다. 그렇다고 노련하지도 않다. 공당의 도움 없이 혼자 감독 배우 노릇 다 하려니 어쩔 수 없다. '정무 총괄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장예원 정치평론가)는 내부반성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캠프의 김무성, MB 캠프 이재오 그리고 최재형 캠프의 정의화 같은 인물이다.
'여럿 중 하나'에 불과하면 그 난리를 치고 대선에 출마할 이유가 없다. '무엇을 위해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가'(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를 자문하며 내면을 더 단단히 다져야겠다. 생각이 얕으면 꽹과리 소리밖에 더 나겠나. 주변에 '프로'라는 이들이 몰리면 덫에서 빠져나오기 더 힘들다. 때 놓치기 전에 속히 정당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플랫폼을 두고 황야에서 떨 이유 없다'(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는 지적이 옳다. '지금 상황으로 계속 가면 버스를 타기 힘들 것'(김종인 전 위원장)이란 우려도 타당하다. 삼복지간(三伏之間)을 그냥 지나치면 필히 '윤석열,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른다'(홍준표 의원)는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남들은 다 팀플레이 하는데 혼자 왜 개인플레이인가. 화려하나 실속 없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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