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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기자와 취재원 관계의 이상형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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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묵 정치평론가

교육문제 취재기자 때였다. 장관 비판 칼럼을 쓴 뒤 출근하면 전화가 온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다. 칼럼 취지에 동의한다는 것. 같은 생각임을 확인한 순간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도움도 받았다. '유착'일까.

작년 4월부터 1년여간 수없이 들어온 단어 '검언유착'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채널A기자가 검찰과 '유착'하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취재하려고 신라젠 전 대주주를 압박했다는 것이 공소 요지다. 1심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판결문을 관통하는 "검언유착은 없었다"는 메시지 때문이다. 여권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꾸몄다는 얘기가 된다. 누가? 왜?. 결국 '권언유착'이란 반격에 직면하고 있다. '취재'와 '꾸민 것'은 다르다. 그런데도 유착 한마디로 뭉뚱그린다.

기자와 취재원 관계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30년 넘게 기자를 했지만 정답을 찾진 못했다. 취재분야에 따라 환경도 다르다. 필자가 경험한 정치·사회부로 한정해보자. 기자와 취재원은 관점·의도부터 엇갈린다. 평균적 기자는 좋은 기사, 특종 기사를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근면 성실은 기본이다. 그것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핵심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득·회유 등 여러 수단을 강구하게 마련이다. 취재윤리의 한계를 넘나든다. '유착'도 한 방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유착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그것만으로 범죄가 아니다. 유착의 과정과 결과가 범죄가 되는 경우는 많다. 결국 취재윤리와 범죄형 유착의 중간 어디쯤에 머물게 된다. 이동재 판결문도 취재윤리 위반을 엄중히 꾸짖으면서 강요미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리적 제재가 필요하지 법률적 단죄는 무리라고 본 것이다.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관점을 취재원에 맞추면 반전이 있다. 취재에 응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럼에도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다만 의도는 다양하다. 대개의 사람은 물으니까 말해준다. 다른 뜻이 있을 수 없다. 순수 취재원이다. 이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불순 취재원도 많다. 기자의 기사 욕심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기자가 묻는 정보를 취재원이 독점적으로 갖고 있어 왜곡은 다반사다. 알면서도 그대로 옮긴다면 '00장학생' '나팔수'란 비판을 받아 싸다. 잘 몰랐다고 해도 면죄부는 되지 않는다. 확인 검증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에겐 경험이 자산이다. 성공과 실패의 수많은 전력이 사리분별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자와 취재원은 목표가 같은 경우보다 다를 때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접점에서 취재가 이뤄지고 기사화가 된다.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겐 유혹이 많다. 선을 넘으면 특종이 보이는데 자제해야 할 것인가, 은근슬쩍 '윤리'를 짓밟을 것인가와 같은 고민이다. 한겨레신문 기자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MBC의 '경찰 사칭'을 두둔했다가 뭇매를 맞았던 그 언저리도 같은 맥락이다. "내 또래 한두 번 안해본 사람 없을 것"이란 대목이다. 사칭해본 사람은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한계는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인가. '검언유착'은 이 사건 하나의 케이스에만 들어맞는다. 일반론이 될 수는 없다. 초년 기자 때부터 들었던 말 중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표현이 있다.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이다. 원래는 취재원이 기자들을 대할 때의 자세였다. 이제와 생각하면 기자들 역시 가져야 할 덕목이다. 취재원과 너무 가까우면 유착이고, 너무 멀면 무능 아닐까. '너무'의 경계선은? 쉬이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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