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판단력과 글로벌 리더십 갖춘 대통령 되겠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진 후보는 우리 정치권에서 흔치 않은 '외교안보통'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유학길에 올라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력부터 예사롭지 않다.
서울대 재학 중 외무고시에 합격했고,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원, 영국 뉴캐슬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 경력을 쌓은 뒤 귀국해 처음 잡은 직장이 청와대 해외공보비서관이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했는데, 지금도 '역대 최고의 대통령 통역관' 소리를 듣는다. 이후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 후보는 4일 오후 방영된 영남일보 유튜브 채널 '송국건의 혼술' 인터뷰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미래 먹거리 확보와 청년 취업을 보장할 외교·안보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에서 4선을 하는 동안 주로 외교, 안보, 국방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하고 통일외교통상위원장도 역임했다. 당선되면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나.
"지금까지 군 출신이나 민주화 투쟁 경력이 있는 대통령이 많이 배출됐다. 지금도 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젠 21세기 국가 장래를 위해 외교·안보에 전문성이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할 때다. 국민 분열, 경제 추락으로 나라를 후퇴시키는 정치는 멈춰야 한다. 미래로 나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안보가 있어야 경제가 살고, 경제가 살려면 외교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외교가 실패하면 경제도 나라도 실패한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평가한다면.
"5년 동안 다 헝클어졌다. 경제정책을 실패했고 국민통합도 못했지만 결정적 실패는 외교분야였다. '외교 참사' 수준이다. 특히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인권 신장, 시장에서의 협치를 위한 가치동맹인데, 그걸 등한시 했다. 북한에 끌려 다니고 중국 눈치를 보느라 미국에 '과연 한국이 동맹국 맞느냐'는 불신감을 줬다. 그러니 방위비 분담금, 전시 작전권 전환, 한미 연합 군사훈련 같은 모든 사안 마다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집권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외교·안보 문제를 풀어갈 구상인가.
"중국과는 건강한 수평관계가 돼야 한다. 이념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안보가 군사안보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은 반도체로 디지털 전쟁을 하는 시대다. 어느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물자를 만드느냐가 핵심이다. 또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전쟁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가 돼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애매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선진국형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 내치와 외치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한데, 제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출마한 거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정국운영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데, 집권하면 가장 먼저 손 볼 내치는 뭐라고 보나.
"대통령 비서실에서 5년 동안 직접 근무한 경험 등에서 파악할 때 '청와대 민주화'가 우선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지만 가장 민주화 안 된 곳이 청와대다. 대통령이 큰 방에 덩그러니 앉아 구중궁궐에서 업무 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보고서에 의존하고 현장에 안 나가면 불행한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 권력 집중의 통로는 최고 권력기관을 통제하는 민정수석실이다. 폐지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 본관 건물을 개방해서 역대 대통령 기념관으로 만들겠다. 대통령은 비서동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근무하면 된다."
-행정부나 집권 여당과의 권한분산은 어떻게 할 건가.
"대통령은 외교에 치중하면서 국정업무는 전문가들에게 적절히 분담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대통령 중심제지만 국무총리를 두고 있는 혼합형이다. 이 헌법은 운영의 묘에 따라서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국무총리는 입법부에서 여야 합의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판단해서 임명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러면 행정부와 입법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국민의힘 다른 경선 후보들과 비교우위는 어디에 있다고 자평하나.
"모두 훌륭한 후보들이지만 법조계 인물이 너무 많다. 경제 전문가와 저처럼 외교·안보전문가도 함께 모여서 평가 받을 필요가 있다. 법조는 이왕에 일어난 일을 단죄한다. 경제는 당장 급한 현재의 일을 처리한다. 외교는 미래에 대비한다. 1, 2차 예비경선을 거쳐 4명이 겨루는 본경선엔 법조인 2명, 경제전문가 1명, 그리고 저처럼 외교안보통일전문가 1명이 포함돼서 경쟁하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대담·정리=송국건 서울본부장 song@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