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대표 파키스탄 출신의 미안 무아즈 라작씨와 건축반대 비대위 김정애 부위원장 인터뷰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공사가 중단된 이슬람사원(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 대구지방법원의 공사 중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이 내려졌지만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
대구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가 중단된 지 7개월이 넘었다. 이슬람사원의 건축주인 무슬림(이슬람 교도를)과 대현동 주민들 간 갈등은 여전하다.
파키스탄에서 온 미안 무아즈 라작(25)씨는 2019년 경북대 컴퓨터 공학 석사과정으로 입학,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
경북대와 인접한 대현동엔 무슬림 유학생이 상당수 살고 있다. 2015년부터 대현동의 한 주택에서 무슬림들이 모여 예배를 해왔다. 갈등은 단독주택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집회장으로 용도 변경하고 공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북구청은 지난 2월 16일 건축 중단을 명령했다. 북구청의 행정명령으로 건축이 중단된 지 140일이 지난 7월 5일, 건축주는 대구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구지부 등과 함께 공사 중지명령 철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19일 대구지법은 공사 중지명령의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결정에도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공사를 못하도록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대표와 무슬림 대표를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파키스탄 출신의 미안 무아즈 라작(25)씨는 2019년 경북대 컴퓨터 공학 석사과정으로 입학,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 관광서포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와 관련, "무슬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해 알려 달라.
"경북대 이슬람교도들은 대부분 학생이다. 파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유학 온 이들이 많다. 졸업을 하고 본국이나 다른 나라로 돌아가고 새로운 학생들이 오고 있다. 대략 150명에서 160명 정도 된다."
▶ 사원이 꼭 있어야 하는가.
"우리 종교에 의하면 하루 다섯 번 기도를 해야 한다.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큰 죄다. 특별한 장소가 필요한데, 그것을 모스크(mosque·이슬람교의 예배당)라고 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은 그곳에서 함께 기도를 한다."
▶ 왜 하필 대현동인가.
"경북대에 있는 무슬림은 대부분 학생인데,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현재의 장소가 기도를 하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기 수월하다."
▶ 대현동 주민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샤리아 율법'을 두려워한다. 샤리아 율법은 무엇인가.
"샤리아 율법은 무슬림의 삶 그 자체다. 이슬람교는 종교이자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길(방법)'이다. 생활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무슬림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영화나 뉴스 등 대중매체에 의한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무슬림은 사람들을 죽인다는 내용이 담긴 콘텐츠를 접하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나쁜 무슬림의 모습만 부각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샤리아 율법과 이슬람교를 잘못 이해 하고 있는 것이다."
▶ 현재 건축 중인 사원의 공식명칭은 '다룰이만경북 이슬라믹센터'다. 이슬라믹센터는 모스크와 다른가.
"이슬라믹센터와 모스크는 같은 것이다. 모스크를 영어로 옮긴 것이 이슬라믹센터다. 이슬라믹센터와 모스크의 의미 차이는 없다." 통역을 맡은 할랄마트 점주는 "다룰과 이만은 아랍어로 각각 집과 믿음이라는 뜻인데, 둘을 합치면 '이 문으로 들어오면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 주민들은 '이슬라믹센터'라는 명칭 탓에 대구경북권 무슬림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 말한다.
"대현동 근처에는 성서공단처럼 큰 공단이 없다. 그곳엔 여러 나라에서 온 무슬림 노동자들이 많지만 여기는 유학생 뿐이다. 주민들은 대구의 다른 지역에서도 무슬림들이 올까 우려하는데, 그렇지 않다. 유학생 등 대현동에 거주하는 무슬림만 찾을 것이다. 사원이 생기면 기숙사와 학교까지 추가로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근거 없는 루머다."
▶ 일각에서 포교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종교의 자유와 자유의지가 있다. 방금 말한 '종교의 자유'는 믿고 싶은 종교가 있다면 그것을 믿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슬람교에 관심이 있다면 공부할 수 있도록 책을 주고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이슬람을 믿으라' '사원에 오라' '경전을 읽어보라' 말하고 강요하지 않는다. 7년간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단 한 명도 우리의 교리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지 않았다.(웃음)"
▶ 금전적 피해가 크다고 알고 있다.
"2월 말 또는 3월 초에 공사를 끝내기로 했었다. 그러나 공사를 오랫동안 하지 못했고 그동안 건축자재 값이 크게 올랐다. 언제 공사를 다시 시작할지도 모른다. 잘못도 없는데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모두 적법하게 진행됐다. 토지 매입도, 허가도, 공사 시작도 법대로 했다. 우리에겐 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주민들에게 이해받고 공사를 시작하길 원한다."
▶ 최근 기자회견에서 심한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예배당을 지나가는 나에게 '테러리스트'라고 했다. 동영상도 가지고 있다. '당장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거듭 외쳤다. 영어로 말하기도 하고, 한국말로 하기도 했다. 또 그들은 '무슬림은 사람을 참수하고 잔인하게 죽인다'는 팻말을 내걸기도 했다. 그 집은 무슬림 형제가 사는 집이다."
▶ 이슬람 사원 건립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권을 믿는 많은 이들은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굉장히 고맙다. 다른 도시에 있는 한국인 친구들이 '이런 일이 생겨서 유감이다'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우리를 응원해주는 많은 이들이 진정한 한국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무슬림 유학생이 최상위권의 연구실적을 기록하며 상을 받기도 한다. 연구자·학생이자, 이웃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지난달 30일 김정애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 이슬람사원 진입로 앞에서 사원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 우선 주민들의 심정을 듣고 싶다.
"속상하다. 주민들은 이슬람교도에게 속았다. 처음에는 건축업자가 와서 낡은 집을 단층으로 깨끗하게 짓는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믿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이었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무슬림들은 거짓으로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얻어냈다. 그들이 주장하는 '한 집 한 집 찾아 사원을 짓는 것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말은 거짓이다. 최근 한 방송사를 통해 주민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를 내보냈다. 주민들이 사원 건축 현장에 쓰레기를 투척한다는 내용인데, 거짓이다. 사실은 공사현장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 정리하는 장면이다."
▶ 주민들이 이슬람사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는 다 떠나서 마을 한복판에 이런 다중이용시설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괴롭다. 사원이 지어지면 많은 사람이 올 테고 더욱 번잡하고 소란스러울 것이다. 열 채가 넘는 집으로 둘러 쌓여있다. 누가 그런 시설을 환영하겠나. 소음과 냄새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것은 힘들다. 그런 괴로움과 불편함을 수치나 정확한 말로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상상해 보라. 내 옆집에 그런 규모의 종교시설이 생긴다면 어떨 것 같나."
▶ 이슬람 유학생들은 지난 7년간 주민들과 마찰이 없었다고 한다.
"마찰이 없었다는 것은 우리가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와 교류 자체를 하지 않았다. 지나가도 인사 한 번 한 적 없다. 그들이 동네 주민들을 가족처럼,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여겼다고 하는데, 그건 그들의 생각이다."
▶ 법원에 의해 공사 중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는데.
"건축주가 북구청을 상대로 명령 중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진정한 당사자인 주민들은 제3자로 전락했다. 실제 피해자인 주민은 밀려나게 된 것이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이후 주민들은 북구청에 보조참여자로서 소송참여를 요구했다. 구청은 수락했다. 법원에도 신청한 상태다. 구청에서 선임한 변호사와 소통하고 있다. 진정서와 우리가 입은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넘겨주고 있다.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나 공사로 인해 담벼락이 훼손되는 등의 피해 사항이 포함된다."
▶ 비대위도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 있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나 논의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일단 지금처럼 사원 진입로에 '주차'를 하고 집회 신고를 꾸준히 할 생각이다. 우리는 합법적 투쟁을 하고 있다."
▶ 건축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피해 본 것이 있다면 떳떳하게 청구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나. 주민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비대위를 포함한 주민들은 한가해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시위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생계를 뒤로한 채 사원을 반대하고 있다. 철물구조가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가. 녹슬어가는 철 기둥에 병들어가는 몸과 마음을 어떻게 감히 비교할 수 있나."
▶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이슬람 혐오 세력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대현동에 사는 무슬림들이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들어 상처를 입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테러리스트'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할 말은 있다. 외국인들의 종교자유를 위해 사원을 짓고 주민의 삶을 짓밟아도 되는가. 구청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아닌, 주민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지켜주길 바란다."
▶ 일각에서 무슬림과 연대하는 시민단체가 소위 PC(정치적 올바름)를 앞세운다고 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해 본 적 없다. 평화로운 예전의 삶을 되찾고 싶을 뿐이다."
▶ 대구시민, 나아가 대현동을 지켜보는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에게 해법을 제시하라는 이들이 있다. 그건 무리다. 우리는 단지 '쉼'을 누릴 수 있는 집을 다시 돌려받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종교자유와 인권을 이야기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과연 내 집 옆에 큰 종교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비대위와 산격동, 대현동 주민들은 예전의 평화로운 삶을 돌려받기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박준상 기자
디지털뉴스부 박준상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