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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중지 처분 취소 판결에도 '평행선'...전문가 "해법은 대화뿐"

2021-12-02

15개월째 찬반 극한 대립…시민단체까지 가세 중재 난항
전문가들 "법적 판단보다 공론장 형성해 합의 도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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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중지 처분 취소 소송 1심 선고가 내려진 1일, 북구청 앞에서 무슬림 유학생이 법원 판결에 대한 환영의 뜻을 말하고 있다.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건립과 관련, 법원이 무슬림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정판사 차경환)는 1일 무슬림 건축주 칸 이스마일 등이 대구 북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 처분 취소 소송' 선고에서 공사 중지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북구청이 건축주에게 행정절차법에 명시된 사전통지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고 공사중지 처분을 한 것은 절차적 위법이 있다"면서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집단민원을 이유로 공사중지 처분을 한 것은, 법치행정에 반하는 위법한 행정이어서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에도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법원 판결을 놓고 무슬림과 대현동 주민들의 입장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경북대 박사과정의 무슬림 유학생 아부씨는 "일부 주민은 기도공간 건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슬림을 혐오해왔다. 법원의 올바른 결정에 기쁘다"고 했다.
반면, 주민들은 불복 의사를 밝혔다. 김정애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너무나도 유감이다. 법적근거가 없이 공사중단이 이뤄졌다는 판결에 불복한다"고 말했다.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는 이슬람사원 건축주에 대한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공공복리와 무관하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실제 공사가 재개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주민들이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대구지법의 공사중지 명령 철회 가처분이 인용됐음에도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와 주민들은 승용차로 진입로를 막아 공사를 못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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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앞에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마련한 천막. 주민들은 건축자재가 반입되지 못하도록 입구를 막고 있다.
◆ "생활 불편" vs "기우"
대구 이슬람사원의 정식 명칭은 '다룰이만 경북이슬라믹센터'다. 이슬라믹센터는 이슬람사원을 의미하며, 일종의 이슬람 커뮤니티이다. 지난 2015년부터 대현동의 한 주택에서 무슬림들이 모여 예배를 해왔다. 갈등은 작년 9월 7명의 이슬람교도 공동명의로 된 단독주택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집회장으로 용도 변경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작년 12월 북구청에 착공신고를 했고 허가를 받았다. 기존 예배를 드리던 주택을 포함해 연면적은 245㎡(약 74평)다. 지난 2월 이슬람사원 골조가 올라가면서부터 주민들이 움직였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추진위를 만들고, 대현동은 물론, 북구청·대구시청 등에 사원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북구청에 민원도 제기했다.
북구청은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지난 2월9일 구두로, 2월16일에는 서면으로 공사 중단을 명령했다. 북구청 주택건축과에 따르면 당초 고려했던 공사 중지 기간은 2주 내외였다. 대화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낼 계획이었지만 시민단체가 가세하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중재가 불가능해졌다는 게 북구청의 설명이다.
대현동 주민들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생활 불편'을 사원 건축 반대이유로 들었다. 많은 신도가 오가는 종교시설이 주거지 한복판에 들어온다면 번잡함을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슬람교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열 채가 넘는 집으로 둘러싸인 땅에 어떤 종교시설이 와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안 불안과 슬럼화도 우려했다.
무슬림들은 '기우'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현동에 거주하는 한 이슬람교도는 "냄새도 소음도 없을 것이다.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라며 "대현동에 이슬람사원이 생기면 대구 전역에서 무슬림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치안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은 매우 유감스럽다"고도 했다.

◆ 경북대와 북구의회도 '곤혹'
대현동 이슬람사원의 주 이용자는 경북대 유학생들이다. 학기마다 변동이 있지만 대략 150명에서 160명 사이의 이슬람권 학생이 경북대로 유학을 온다. 사원을 건축하려는 이와 반대하는 이 모두 경북대의 책임을 거론한다. 유학생을 받고 있는 경북대 대학본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본부 측은 "국립대 안에 특정 종교를 위한 기도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난감해 했다.
경북대 학생들 역시 의견이 갈라졌다. 경북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3월 "학생회로서 무슬림 학생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의견서를 내자, 일부 학생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편승하려는 것 같다. 학생 의견을 빙자해 자소서(자기소개서) 한 줄 더 적으려는 나쁜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대구 북구의회도 이슬람사원 관련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희 구의원이 이슬람사원과 관련된 5분 발언을 하려고 하자 이동욱 의장이 절차상의 이유로 거부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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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중지 처분 취소 소송 1심 선고가 내려진 1일, 대구지방법원에서 김정애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 불복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강대강' 의견차 좁힐 방법은
대현동 주민들은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 집회신고를 하고 건축 자재도 오가지 못하게 교대로 보초까지 서고 있다. 건축주는 주민 일부를 대상으로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전문가들은 대화가 유일한 해결법이라고 말한다. 이슬람사원 이슈 초기부터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온 강우진 경북대 정치학과 교수는 "공론장 형성이 필요하다. 어렵겠지만 당사자들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법적 판단은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갈등을 더욱 격앙시킬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관(官)이 주도해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영임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일본에는 지역 외국인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일종의 네트워크를 정부가 운영한다. 국내에는 경기도 안산·수원·천안 등에서 외국인공동체 지원, 외국인대표자회의, 외국인시책 협의회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구엔 아직 없다"라며 "북구청과 대구시청 등에서 협의체에 대해 논의하고 주민과 무슬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협의체를 대구에서 설치, 활발히 운영한다면 다문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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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기자

디지털뉴스부 박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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