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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자국화폐로 비트코인 선택한 엘살바도르…'시기상조' 우려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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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9일 엘살바도르 의회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9월7일 법안이 발효됨에 따라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에 근거하여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국가가 되었다. 비트코인의 성장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소식은 상당한 호재였고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그런데 정작 법안이 발효되어 실제 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시스템은 오작동하고, 서민들은 반대 시위를 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하면서 불안한 심정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비록 1인당 국민소득이 5천달러도 되지 않는 저개발국이지만 비트코인이 법정통화가 된 것은 분명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확대 해석하여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통화로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엘살바도르의 정치·경제·사회적 여건이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달러 사용해오던 국가로
미국의 경제 식민지나 다름 없는 상황
경제주권·GDP 회복위한 결정 내려

비트코인 실제 법정통화로 사용 첫날
시스템 오작동·시민반대 시위 등 악재
금융기술 미비한 상태서 섣부른 추진
국가경제 담보삼은 '도박' 위험성도


중앙아메리카 남서쪽에 위치한 엘살바도르는 인구 650만명에 면적은 경북도와 비슷한 작은 나라다. 300여 년간 스페인의 식민지였다가 1821년 독립했지만 이념 갈등과 군사독재, 그리고 반복되는 내전으로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였고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고난은 현재진행형이다. 비록 내전은 종식되었으나 무장세력이 갱단으로 변질해 치안이 매우 열악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범죄율과 살인율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적 불안과 경제난으로 인구의 30%에 이르는 200여만명이 해외로 이주하였는데 이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이 엘살바도르 GDP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자국 내 산업 기반이 열악하다.

주목할 점은 엘살바도르는 현재 자국 화폐가 없다. 한때 콜론이란 자국 화폐를 발행하였으나 가치 불안정으로 외면당하자 2001년 이를 폐지하고 달러를 법정통화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미국 경제에 종속됨에 따라 스페인으로부터는 독립했으나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되었다. 더욱이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은행 계좌가 있는 국민이 30% 정도에 불과하며 대부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거래가 일상적이라 금융 투명성이 매우 낮다.

간단히 살펴봤지만, 엘살바도르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을 보면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이유를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달러를 법정통화로 사용하고 있는데 달러 유입이 원활하지 않고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어 독자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그나마 비트코인은 채굴을 통해서라도 자력으로 통화량을 늘릴 방법이 있기에 다소나마 경제 주권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엘살바도르의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 채택 계획과 함께 화산의 지열을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 계획도 발표하였다.

둘째,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해외 이주민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면서 지급하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데 통상 수수료가 10% 정도이기에 수수료 절감만으로도 GDP를 2% 상승시키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셋째, 금융시스템과 ICT 인프라가 열악하여 금융 정보화가 어려운 여건이지만,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활용하면 모바일 금융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엘살바도르는 '치보'라는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보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금융 편의성과 투명성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작 엘살바도르 국민은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은 부유한 소수 계층에게만 이득이 되는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어서 혼란 상황에 봉착해 있다. 오랜 기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는 과정에서 토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부가 스페인계 소수 집단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으로 결국 국가 경제가 이들을 위한 투기의 장이 될 것이라며 저항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비트코인 결제를 위한 전자지갑인 치보와 비트코인을 달러로 출금할 수 있는 AT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면서 세계은행에 금융 기술지원을 요청했으나 세계은행은 부정적 의견과 함께 이를 거절한 바 있다. 기술적 기반이 미비한 상태에서 섣부르게 추진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해외에서 유입된 비트코인이 달러로 출금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달러가 말라버리면 그나마 돌아가던 경제가 완전히 멈출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이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례로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전자지갑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치보를 설치하는 사용자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무상 지급했는데 이를 구매에 사용하기보다는 ATM에서 달러로 출금하면서 달러 보유량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의 익명성은 엘살바도르를 글로벌 돈 세탁소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한다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그 혜택은 소수가 독식하는 반면, 반대의 경우에는 모든 부담을 서민들이 떠안게 될 수 있다.

엘살바도르 외에도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비트코인을 합법화하거나 통화로서 기능을 하는 나라들이 있는데 비트코인의 통화로서 활용 가능성과 잠재적 가치를 강조할 때마다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모두 경제 상황과 자국의 화폐가치가 비트코인보다도 훨씬 더 불안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설적으로 이들에게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셈이다. 따라서 경제가 안정되고 자국 화폐가 건전한 국가에서 참고할 사례로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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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탈중앙화에 기반하여 개인 간(P2P) 금융 거래를 목적으로 개발된 비트코인이 독재국가에서 중앙은행의 관리를 받는 법정통화로 사용되고,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엘살바도르는 스페인어로 '구세주'를 뜻하는데 비트코인이 국가 경제를 부흥하고 경제 주권을 회복하는 '구세주'가 될지, 국가 경제를 통째로 담보삼은 무모한 '도박'인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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