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대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경매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풍부한 유동성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영남일보 DB〉 |
◆전국을 달구는 경매 열풍
전국적으로 경매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제한, 기준금리 인상 이슈가 불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대구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6.1%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22.8%로 올해 최고치를 찍은 뒤 매달 조금씩 수치가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100%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말하는데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서면 낙찰된 물건의 입찰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다는 걸 의미한다. 대구에서 지난달 응찰자 수가 가장 많았던 경매 물건은 대구시 동구 신암동에 위치한 대지였다. 감정가 1억9천530만원이던 이 대지는 낙찰가율 159.3%인 3억1천112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는 28명이었다. 지난 8월에는 대구 수성구 수성동3가 화성파크드림 1단지의 한 아파트의 경우 13억원에 경매에 나왔고 6명이 경쟁을 거듭한 끝에 14억9천999만원에 낙찰, 낙찰가율 115.4%를 기록했다. 또 2억6천만원에 경매에 나온 대구 동구 신서동 영조아름다운나날 한 아파트 물건은 16명이 매입 경쟁을 벌여 2억7천651만원에 낙찰됐다.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5대 광역시 아파트 경매 열기가 여전한 만큼 대구도 향후 낙찰가율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규제지역의 경매 열기가 상당히 뜨겁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구의 열기가 덜 하다고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7.6%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15.0%, 인천 123.7%, 경기 115.4% 등 수도권의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모두 100%를 넘겼다. 서울의 빌라 낙찰가율이 97.9%를 기록해 2008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전월 대비 13.7%포인트 오르며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다. 인천은 83.9%, 경기는 82.7%로 전월 대비 5.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울산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114.0%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올랐고 부산(111.7%)과 광주(104.9%)도 전월 대비 각각 9.3%포인트, 8.3%포인트 상승했다. 비규제 지역에 응찰자가 몰리며 충남(99.8%), 강원(97.6%), 전남(96.7%) 등의 낙찰가율 상승폭도 컸다.
단독·다가구주택 경매 낙찰가율과 응찰자 수도 급증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감정가 7억9천500여 만원의 다가구주택이 법원 경매에서 23억5천2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약 3배(낙찰가율 295.8%)에 가까운 금액에 팔린 것이다.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한 주택도 감정가 6억900여 만원보다 2억원이 높은 8억1천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 132.8%로 이 주택 경매에는 8명이 응찰했다.이처럼 지난달 법원 경매시장에서 단독·다가구주택 낙찰가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대구 주거시설의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지옥션이 지난 8일 발표한 '2021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의 10월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119.6%로 전월(97.5%)에 비해 22.1%포인트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역대 최고치다. 이전 역대 최고치는 지난해 3월 105.9%였다. 주거시설 중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전월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단독·다가구주택의 낙찰가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상승을 견인했다. 10월 대구의 단독·다가구주택 낙찰가율은 176.6%로 전월(42.1%)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점점 높아지는 낙찰가율
감정가 13억 아파트 14.9억에 낙찰
1.9억 대지 28명 경쟁붙어 3.1억에…
6억 주택, 2억 더 얹은 금액에 낙찰
대구 10월 주택 낙찰가율 176.6%
시세보다 웃도는 낙찰가도 속출
왜 이럴까
경매물건 감정, 입찰 6개월~1년 전
상승장일 땐 시세보다 저렴해 매력
아파트값 너무 오른데다 대출 규제
상대적 규제 느슨한 경매시장으로…
![]() |
◆부동산 가격 상승·느슨한 규제 등이 경매 열풍 부추겨
경매는 감정평가사가 정한 감정평가액을 최저입찰가격으로 정한다. 특히 경매 물건의 감정가는 빠르면 경매 6개월 전, 일정이 지연될 경우 1년 전에 매겨진다. 그런데 지난해와 같은 부동산 상승장이라면 감정가가 입찰일 기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밖에 없다. 해당 지역 상승장을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경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반대로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경매로 집을 구하는 것이 시세보다 비쌀 가능성이 크지만 유찰이 계속되면서 감정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이 같은 매력 때문에 많은 시민이 경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경매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시세를 넘는 낙찰가가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매 참여자들의 수가 집계할 때마다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진기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총 26번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지역 아파트 가격은 올들어 매달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 1~8월 13.11% 상승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매매가격도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빌라 등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전국 다세대·빌라 매매가격은 4.66%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61%)의 두 배에 가깝다. 지금 추세라면 2008년(7.87%)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도 국내 소득 대비 주택 상승률이 1년 새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정책으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넘쳐났고 이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며 "특히 투기에 꽃길을 깔아준 임대사업자 등록제 등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시장에서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집이나 상가를 잡아두지 않으면 영영 매입할 수 없다는 심리가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느슨한 규제 역시 경매 시장 과열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거래 시 해당 지자체 단체장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거래 신고 시 거래 금액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와 각종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경매는 이 모든 것이 면제된다.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가격은 올랐지만 매물이 부족해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경매 시장으로 이목이 쏠렸다. 대출이 규제되고 있지만 현금 부자들의 투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매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는 경매 시장 매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 당국과 부동산 투자자 간 규제를 둘러싼 '샅바 싸움'은 경매시장에서 주목도가 낮았던 지역까지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변모시키고 있다"며 "대부분 주거 시설을 겨냥하고 있는 정부의 규제가 이어진다면 규제에서 자유로운 경매 주거시설의 평균 응찰자 수는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동산 경매 시장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