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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탄소 늘리는 축산업...매혹적인 고기 맛 즐기는 동안 메탄 배출량 급증…지구 온난화 가속

2021-12-10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탄소 늘리는 축산업...매혹적인 고기 맛 즐기는 동안 메탄 배출량 급증…지구 온난화 가속
미국의 환경 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는 축산으로 인한 탄소배출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51%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발표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에서 축산업 분야의 탄소배출이 약 18%를 차지하며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모든 수송 분야의 탄소 배출량 14%를 능가한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미국의 환경 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는 축산업의 탄소 배출량 18%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로, 축산 관련 산업을 포함하면 축산으로 인한 탄소배출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51%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발표했다. 이걸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 인류가 현재의 육류 소비를 절반으로만 줄인다면 전 세계 탄소배출의 10분의 1, 내지 4분의 1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축산업이 도대체 왜 이렇게 탄소배출을 많이 한다는 것일까?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로는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다. 그런데 온실효과를 나타내는 '온난화 지수'는 온실가스마다 많이 다르다. 같은 양의 온실가스라도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의 온실효과를 나타내고 아산화질소는 298배의 온실 효과를 나타낸다. 운송 수단이나 산업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이산화탄소이지만, 축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메탄과 아산화질소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온실효과를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환산하게 되면 적은 양의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이라 할지라도 전체적인 온실효과는 급증하게 된다.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30%를 축산이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의 주역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육류소비가 미미했던 원래의 안정적인 지구생태계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축산으로 인한 탄소배출도 극소량에 불과했다.

세계 메탄 배출 30%가 축산이 차지
고기 생산량, 50년 전보다 3배 늘어
육류소비 절반 줄일땐, 탄소 4분의1↓

곡물 생산량 절반, 가축 사료로 사용
20억명이 먹고살 수 있는 양과 같아
축산물생산 극대화, 항생제 다량 투여
암·심혈관질환·당뇨, 질병사망률 연관
韓, 연간 5천만t 축분, 토양·수질오염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탄소 늘리는 축산업...매혹적인 고기 맛 즐기는 동안 메탄 배출량 급증…지구 온난화 가속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30년 동안 5배나 증가했다.

◆동식물 생태계 변화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와 미국 칼텍 공동연구자들은 생물량을 추정한 연구 결과에서 인류가 본격적으로 지구에 손을 대기 이전의 생물량을 추정해 비교해 보았다. 현재까지 식물량은 약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야생포유류 생물량은 2천만t에서 300만t으로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해양포유류도 2천만t에서 400만t으로 5분의 1로 감소했다. 그런데도 현재 전체 포유류 생물량은 인류 역사 초기 4천만t에서 1억t으로 2.5배가 늘어났다. 그중에 가축이 99.5%이며 야생포유류와 조류는 0.5%인 500만t에 불과하다. 즉 가축이 야생포유류보다 20배 가까이 사육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든 개체가 엄청나게 감소하였는데 유일하게 엄청나게 증가한 것은 가축 두수라는 말이다. 균형적이었던 지구의 동식물 생태계가 지금에 와서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균형이 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전 세계 고기 생산량은 50년 전의 3배이다. 매년 약 800억 마리의 동물이 도축된다. 그런데도 식물성 식품 대비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30년 동안 5배나 증가했다.

◆기후변화의 촉매제 육식

독일의 푸드워치연구소는 육류와 유제품이 포함된 일반 식단을 유기농 식단으로 전환하면 탄소 배출을 8% 감소시킬 뿐이지만 채식 식단으로 전환하면 탄소배출을 87% 줄인다고 추산했다. 1㎏의 소고기를 생산하는 데에 19㎏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데 반해 1㎏의 감자를 생산하는 데에는 280g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한다고 한다.

'감자나 밀에 비해 고기는 풍부한 단백질 공급원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단백질 1㎏를 얻는데 콩을 재배해서 먹으면 온실가스 6.5㎏을 배출하는데 반해, 소에게 곡물을 먹여 육류 단백질 1㎏을 생산하려면 250㎏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즉 소고기 단백질로 먹을 경우 무려 38배 이상의 탄소배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이다. 또한 해마다 증가하는 육류 공급을 위해서는 막대한 사료 재배와 초지 확보가 필요했다. 현재 약 10억t의 사료가 생산되는데 해마다 약 4%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인류가 선택한 방법은 삼림 훼손이었다. 삼림을 없애고 그 땅에 콩, 옥수수를 재배하거나 초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축산을 위해 사용되는 초지와 사료 생산을 위한 경작지가 없어질 경우 전 세계 농지의 75%까지 감소될 수 있다고 추산한다. 만약 줄어든 30억㏊가 자연녹지대로 전환된다면 엄청난 탄소흡수원으로 전환될 수가 있다.

◆동물식품과 식량안보

지구상에서 매년 생산되는 곡물의 약 절반이 가축 사료로 쓰이는 동안 세계 인구의 11분의 1에 해당하는 약 6억9천만명이 영양부족 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기상이변, 식량 생산량 감소, 인구증가 문제는 2차, 3차 원인이다. 가축에게로 갈 곡물을 사람에게로 돌린다면 20억명 이상이 더 먹고살 수 있다.

지난 20년간 기아 인구가 10% 미만 감소하는 한편 비만 인구는 3배 증가하여 현재 세계의 비만 인구는 약 6억명, 과체중 인구는 19억명으로 추산한다. 이 때문에 체중 관리를 위한 지출로 전 세계는 매년 1천890억달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에서 연간 약 280만명이 비만 또는 과체중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쪽에서는 배가 고파서 죽어가는데 한쪽에서는 배가 너무 불러서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살의 양극화 현상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한마디로 한쪽은 곡식도 제대로 못 먹어서 굶고 있고 한쪽은 그 곡식으로 먹인 고기를 너무 많이 먹고 살이 쪄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완전한 아이러니이다. 말하기도 듣기도 거북한 소리이지만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다.

그리하여 미국 곡물 생산량의 80%가 사람이 아닌 가축용 먹이로 쓰인다. 단백질이 풍부한 콩은 전 세계 생산량의 85% 이상이 가축의 먹이로 들어간다. 그 외 바이오 연료와 식용유 생산으로 사용되고 정작 사람이 직접 먹는 콩의 양은 전체 생산량의 7%에 불과하다.

[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탄소 늘리는 축산업...매혹적인 고기 맛 즐기는 동안 메탄 배출량 급증…지구 온난화 가속
이기송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육식과 건강의 함수관계

축산이 환경문제로만 끝나는 일이 아니다. 축산물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집단 사육, 공장형 밀집 사육에서 다량의 항생제 투여는 필수요건이다. 미국에서만 가축에 연간 1만3천t의 항생제를 투여한다. 가축에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은 사람에게 투여하는 양보다 무려 8배가 많다고 한다.

그런 가축을 사람이 먹고 있다. 항생제 문제뿐만 아니라 과다한 육식 섭취가 현대병이라고 하는 암, 심혈관질환, 당뇨 등과 같은 질병 사망률과 적극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외 저널의 논문에서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다.

축분 또한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한국만도 축분 생산은 매년 5천만t을 넘는다. 1인당 1t 이상의 가축분을 떠안는 형편이다. 매년 이 막대한 똥을 처리하느라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천만t의 축분을 매년 156만 ㏊의 우리나라 경작지에 그대로 투입한다면 경작지 토양은 완전히 망쳐버리고 만다. 심각한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래의 지구생태계 생산시스템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산되는 적정량의 고기만 섭취했더라면 지구환경이나 인류의 건강에 얼마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을까? 매혹적인 고기 맛을 거부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맛을 혀로 즐기는 동안, 지구 전체와 내 몸 전체가 치러야 할 희생은 너무나 가혹하다! 일득(一得) 몇 실(失)인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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