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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불법투기 대학가 원룸촌,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벌써부터 '걱정'

2021-12-30
쓰레기 불법투기 대학가 원룸촌,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벌써부터 걱정
28일 오전 대구 북구의 한 원룸촌에서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투기돼있다.
쓰레기 불법투기 대학가 원룸촌,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벌써부터 걱정
28일 오전 대구 북구의 한 원룸촌에서 투명 페트병이 분리배출돼있다.

지난 28일 오전 9시 40분쯤 대구 북구 경북대 원룸촌 골목에는 쓰레기가 바람에 날려 굴러다녔고, 음식물쓰레기는 배달용기에 담긴 채 버려져 있었다.

 

플라스틱과 캔 등 재활용품도 분리되지 않은 채 한 비닐 봉지에 담겨 있었다. 주민 대다수가 대학생인 이곳에선 쓰레기가 요일제, 품목에 관계없이 편의대로 버려지고 있다. 북구청에 따르면, 불법 투기 단속대상의 50% 이상은 자취생들이다.


고질적인 쓰레기 불법 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북대 원룸촌이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다.


환경부는 지난 25일부터 공동주택에만 적용되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를 단독주택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혼선 방지와 제도 정착을 위해 1년간 계도기간을 뒀지만, 경북대 원룸촌 일대는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원룸촌의 대부분 세입자인 학생들은 '내 집'이라는 인식이 적다. 또 원룸 건물에 분리수거함도 거의 없다. 취재진이 북구 복현동 원룸촌 일대를 확인한 결과, 분리수거함이 마련된 건물은 10곳 중 2곳에 그쳤다.


3년째 자취한다는 이모(26·대구 북구)씨는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면 냉동실에 얼려놨다가 플라스틱, 일반쓰레기 구분 없이 종량제 봉투에 한꺼번에 담는다"며 "분리수거함이 따로 없어 분리하는 일 자체가 번거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취생 김모(23·대구 북구)씨도 "사정에 따라 한 학기만 자취방에 살고 나가는 등 이사를 자주 하기 때문에 내 집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며 "단속을 빠져나가는 방법도 잘 알고 있어 불법 투기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는 단독주택지역 내 거점 수거함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기초지자체와 건물 관리인들은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대학가에 거점 수거함을 시범사업으로 설치했는데 쓰레기장이 돼 버렸고, 반대 민원이 폭주해 철거했다"라며 "학생들 의식이 중요하다 판단해 대학교와 부동산중개소를 대상으로 홍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 박모(45·대구 북구)씨도 "동사무소에 신청해 거점 수거함을 지원 받아 설치한 적이 있는데, 무분별한 투기로 철거했다. 학생들의 협조 없이는 쓰레기 불법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라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것인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재활용품 분리배출 체계의 전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 확대는 현재 분리배출 체계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한다. 

 

재활용품 분리배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1인 가구가 밀집한 주택가는 거점 수거함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단속 인력을 대폭적으로 늘리거나, 주민신고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글·사진=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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