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 'Run Run Run', 2021 |
달서아트센터 달서갤러리가 오는 25일부터 2월17일까지 'DSAC다매체 아트워크 프로젝트Ⅰ'의 하나로 심윤 작가 개인전을 연다.
'도시의 남성들(Men in the city)'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심윤은 현대인의 내면 심리를 역동적인 구성과 사실적인 흑백묘사로 세밀하게 담아낸 대형 작품 7점을 선보인다. 어둡고 짙은 무채색, 사진만큼 사실적이지만 소프트 필터를 사용한 듯 희뿌연 느낌을 갖게 하는 건 심 작가만의 독특한 기법이다.
심윤 '사무직 노동자(Office Worker)' |
그의 대형 화폭엔 셔츠와 넥타이를 맨 비즈니스맨들이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의 만성 스트레스와 피로를 뒤틀린 신체로 표현하고 있다. '사무직 노동자(Office Worker)'는 헬레니즘시대 대표 조각 작품 중 하나인 '라오콘'과 바로크시대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연상케 하는 작품인데, 안식을 얻을 대상을 갈망하는 도시인의 모습을 재해석했다.
심윤, 'Hang in there', 2022 |
한 남성이 로데오 경기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Hang in there(2022)'와 질주하는 정장 차림으로 경주마 위에 올라타 앞을 향해 달려가는 'Run Run Run(2021)'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힘없이 소파에 누워 쉬고 있는 셔츠 차림의 한 남성이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Sofa in the forest(2021)'와 한 남성이 힘없이 성모마리아와 천사들에게 들려져 있는 'Pieta(2021)'는 슬픈 현대인의 고독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Man in the city(2021)'는 미국 작가 고든 타플리의 디지털 회화를 차용한 것이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남성이 사랑을 쟁취하고자 거대한 큐피드와 대항하는 장면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심윤의 작품은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이미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다. 대형 캔버스 속 흑백의 강렬한 대조와 섬세하면서도 흐릿한 화면 구성으로 현대인들이 느끼는 억압과 불안, 고독과 희망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영남대 미대 및 동대학원에서 서양화와 회화를 전공한 심윤은 1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제22회 신조형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2007),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2017)로 선정된 바 있으며 지난해 '제17회 장두건미술상'을 수상했다.
이성욱 달서아트센터 관장은 "바쁜 현대인의 심리를 대형 흑백 이미지로 구현한 심윤의 작품세계를 공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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