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인 8일 오전 대구 서구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한 주민의 방 모습. 손정섭 수습기자 myson@yeongnam.com |
어버이 날인 8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쪽방의 한 주민이 생활하는 공간의 모습. 좁은 생활공간 안에 물건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손정섭 수습기자 myson@yeongnam.com |
"우린 어버이 날에 대해 개의치 않아요. 명절이 찾아와도 그러려니 하는걸요. 그냥 평일 같이 삽니다. 조금 허전한 마음도 있긴 하지만…"
어버이 날인 8일 대구의 쪽방촌 주민 문모(69·대구 서구 비산동)씨이 말이다. 어버이 날이 찾아 왔지만 일부 시민들에겐 이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외로운 날일 뿐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서구 비산7동 북부정류장 인근의 한 쪽방촌. 오래된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에서 한 허름한 여관으로 들어서자, 안에 놓인 여러 개의 실내용 슬리퍼들이 여러 명의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대부분의 방문은 불이 꺼진 채 굳게 닫혀 있었다. 한 여성이 다가와 "오늘 전부 일 나가서 (집에) 없을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
수소문 끝에 한 쪽방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엄모(60)씨는 오늘(8일)이 어버이 날인 지도 몰랐다. 그는 "어버이 날인지도 몰랐다. 어버니 날이라고 카네이션을 달아 줄 자녀도, 용돈을 줄 자녀도 없다"고 했다. 엄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7~8년 동안 자녀와 연락을 끊고 지냈고, 이곳에 정착한 지는 3~4개월 정도 됐다고 했다. 또 다른 쪽방촌 주민 A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벌써 20년 전에 자녀들과 헤어졌다. 내가 뭘 해 보려다 잘못한 거라서 자녀들을 볼 면목도 없다"며 "먹고 입는 문제가 가장 힘들고 심리적인 외로움도 느낀다"고 했다.
이날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만난 한 70대 노숙인은 "어버이 날이 특별하진 않다"며 "가족과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사정이 생겨서 나와 있는 건데, 만나면 서로 얼굴만 붉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서글픈 어버이 날을 맞은 이들의 모습과는 달리, 이날 대구 시내와 유원지, 식당 등은 가족 단위 인파로 크게 붐볐다.
노숙인과 만난 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같은 장소에서 카네이션을 가방에 달고 지나던 한 어르신(80·대구 달서구)은 "어버이 날이라서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다.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조금 전에 볼 일이 있어 헤어졌다"며 "매년 어버이날이나 생일이 되면 용돈도 챙겨주고 맛있는 음식도 사 주는 게 참 고맙다"라고 했다.
한 택시기사는 "어버이 날이라 오늘 저녁엔 가족들과 외식할 것"이라며 "식당 예약이 잡혀 있어 오늘은 일찍 일을 마칠 계획"이라라고 설렌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동성로에선 3대가 같이 나들이 나온 모습도 보였다. 꽃집에는 카네이션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고, 화려한 꽃바구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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