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구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7일 대구시 북구 경북대에서 열린 첫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DB |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9일 막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지지율이 80%대를 기록한 뒤 임기 말에도 4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는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최고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5년 만에 야당에 정권을 내주는 불명예를 동시에 안았다. 특히 대구경북(TK)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TK를 기반으로 한 보수당의 '홀대론' 프레임과 탈원전·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지역민의 반발 때문으로 결국 '지역주의'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권력기관 개혁으로 시작해 검찰개혁으로 마무리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촛불정국' 속에서 취임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에 나섰다. 비(非)검찰 출신으로 개혁 성향 학자였던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에 발탁하며 검찰개혁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2020년 7월 공수처도 공식 출범시켰다.
문제는 2019년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시작됐다. 문 정부 두 번째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뒤 터져나온 가족 관련 각종 의혹은 현 정권 지지세에 큰 부담이 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조 전 장관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권과 검찰의 대립 전선이 첨예하게 형성됐다. 이후 임명된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였지만 곧바로 '추·윤 갈등'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혼란은 커졌다. 다만 문 대통령이 임기 막판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면서 5년간의 개혁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 부동산·코로나·외교에 지지세 변동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극복하지 못한 과제였다. 임기 초부터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한 수도권 아파트 값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은 날이 갈수록 고조됐다. 정부는 20여 차례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시장은 좀처럼 안정되지 못했고, 이는 전국적으로 번져 대구 지역의 아파트 시세 역시 급등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사태까지 겹쳐 부동산에 대한 비판 여론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외교의 난제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한일 관계를 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김정은 위원장과 총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화해·평화·번영의 남북관계를 선언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9·19 군사합의라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북한이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긴장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한일관계의 경우 일본과 끝내 위안부 및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일본의 2019년 공업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선제적 검사 등으로 안정적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도 'K 방역'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다만 방역의 성패를 떠나 코로나 대유행으로 정부의 정책역량이 방역에 집중돼 다른 국정과제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 TK는 '홀대론' 프레임 넘지 못해
문재인 정부는 '대구경북 홀대론'이라는 꼬리표를 끝내 떼지 못한 채 임기를 마무리했다. 특히 정부예산·고위직인사를 두고 TK 홀대론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공공기관, 경찰 등 공무원 고위직에서 차별이 이뤄진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국비 예산의 경우 문 정부 출범 이후 무려 50.9% 급증한 데 반해 같은 기간 대구 예산 증가율은 14%로 나타나는 등 타 시도와 비교했을 때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때문에 대구경북 의원들은 국비 예산을 두고 TK 홀대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19년 문 대통령의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결정타를 맞게 된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이 2019년 문 대통령 지시로 재검토에 들어간 것. 이후 국무총리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통해 기존 김해공항 확장 계획 대신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고려해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가덕도 특별법'까지 추진하면서 TK 민심은 폭발했다.
또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경북 지역 피해 역시 지역 민심을 극복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까지 출범시키며 경북지역 원전 건설을 멈춰 세웠고,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찬성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후 신규 원전건설을 전면 백지화했다. 경북도는 탈원전 피해 규모를 28조로 추산하기도 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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