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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송국건정치칼럼]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

2022-05-16

대통령의 집무실 출근길에
이뤄진 기자와의 약식문답
청와대 시절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꿈같은 취재환경
소통은 대통령 성공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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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중요한 인물이 청사를 드나들 때 취재진과 간략한 문답을 나누는, 일종의 약식 기자회견이다. 미국에서 보편화 돼 있다. 일본에선 총리가 출퇴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응대하는 '부가사가리'(매달린다는 의미)가 자주 생중계될 정도로 관습화돼 있다. 둘 다 우리나라 기자들에겐 낯설다. 특히 그 인물이 대통령일 경우엔 상상조차 안 되는 일이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오전과 오후 1시간씩 참모진 업무공간인 비서동으로 가서 직접 취재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있는 본관엔 접근조차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엔 그마저도 막았다. 기자들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만 앉아 있었다. 기자단을 대표해서 취재한 뒤 내용을 공유하는 '풀 기자' 순서가 되면 본관에 들어가서 국무회의 등의 앞부분을 지켜보지만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춘추관에 가는 일도 드물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 "수시로 춘추관을 찾아서 중요한 국정현안은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필자는 반신반의했다. 역대 대통령이 다 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며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가 여의치 않아 용산 시대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기대가 높아졌다. 집무실로 쓰기로 한 국방부 청사가 한 동짜리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선 직후 "1층에 기자실과 브리핑 룸을 만들겠다"는 말을 듣고 대통령 취재 문화에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시작했다. 사실상 첫 출근길인 11일 "취임사에서 '통합' 얘기를 뺀 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조간신문이 전날 취임사를 분석하며 '통합'은 아예 없었다고 혹평한 걸 직접 반박한 말이었다. 다음날엔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을 임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오늘은 일부만"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박진 외교부 장관 임명을 재가했다.

우리나라 집권자들의 불행은 항상 불통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의 불통은 청와대의 공간 배치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집무실과 생활공간(관저)이 한 곳에 있는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윤 대통령이 선언한 자체가 결과적으로 출근길 소통의 시작이 됐다. 물론 여러 우려도 나온다. 경호상 부담은 별개로 치더라도 대통령의 직접 코멘트가 너무 많이 나오면서 메시지 관리에 혼선을 줄 거란 지적도 있다. 국가기밀에 속하는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항상 노출되면 곤란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몇 번 하다 보면 나름대로 질서가 생긴다. 파생효과도 많다. 기자들이 묻는 건 그날의 핵심 이슈다. 대통령이 하루를 시작하는 출근길에 민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기자들은 대통령의 침묵도 기사로 만든다. 대통령의 표정을 매일 살피면 국정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읽힌다. 앞으로 몇 번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보면 전직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가슴이 뛴다. 진작 있어야 할 일이었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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