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휘발성유기화합물 기준치도 없고
각종 수치 '위험 수준'…관계자 "일시적 결함 탓 사고"
대구 상리위생처리장 인근 공원에 설치된 악취 측정기. 이 측정기는 대구상리위생처리장 관제센터 옥상과 위생처리장 남쪽과 동쪽에 각각 설치돼 있다. |
대구상리위생처리장 악취측정기 모니터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수치가 1만9천291로 측정됨과 동시에 경고등이 들어와 있다. |
대구 상리위생처리장의 악취 측정값이 최근 널뛰기 현상을 보이며 지역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특히 측정 기준인 지정 악취 물질마다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지역 대기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쯤 대구 상리위생처리장 인근 공원에 설치된 악취측정기의 모니터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수치가 1만9천291을 나타냄과 동시에 '적색 불'이 켜졌다. 인근에 설치된 또 다른 악취측정기 역시 휘발성유기화합물 수치만 1만이 넘은 것으로 표시됐다.
아세트알데히드, 톨루엔 등 각종 유해물질을 총칭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호흡기에 들어가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앞서 지난 3월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수치는 두 자릿수를 보였지만, 최근 일주일간 측정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현행 법규나 규정상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기준치는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우연히 악취측정기의 모니터를 봤더니 VOCs에 경고등이 들어와 놀랐다"며 "측정 기준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걱정했다.
측정기의 기준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리위생처리장의 측정기는 복합 악취(OU)를 비롯해 황화수소(H2S), 암모니아(NH3),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총 4가지 지정 악취 물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중 아직 환경부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복합악취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제외한 암모니아, 황화수소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다.
실제 상리위생처리장에 위치한 악취측정기에선 ppm을 기준으로 황화수소는 0.06, 암모니아는 1 이상을 위험 수준을 측정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악취방지법 시행규칙 제 8조 1항을 보면 지역에 따라 공업지역의 경우 암모니아 2ppm·황화수소 0.06ppm 이하, 기타지역에선 암모니아가 1ppm·황화수소 0.02ppm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해당 조건만을 놓고 봤을 때 상리위생처리장에선 황화수소는 공업 지역 기준으로, 암모니아는 기타 지역을 기준으로 측정값을 설정한 것이다.
이주한 대구 서구의원은 "상리위생처리장 인근에는 공단이 위치하지만, 주민들의 생활 밀집 지역과 더욱 가까운 만큼, 기타 지역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이 옳다"며 "상리위생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 물질에 관한 주민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확인할 필요도 있다. 대구시와 유관기관 역시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행정을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측정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것에 대해 상리위생처리장 관계자는 탈취 설비의 일시적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탈취 설비에 문제가 있어서 해당 부분의 가동을 멈춘 상태다. 고장 난 탈취기 역시 수선을 의뢰했다"며 "때마침 비까지 와 습도가 높다 보니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게 측정된 것 같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해명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