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자가용 유상운송 및 무허가 운송 주선 행위 신고를 장려하는 현수막이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에 걸려있다. 오주석기자 |
수십 년째 암암리 계속되고 있는 자가용 화물자동차 불법 유상 운송에 지역 내 소규모 용달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유상 운송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흰색' 번호판의 자가용 화물 차량들이 단속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불법 영업 행위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 유통단지 주변은 불법 자가용 유상 운송의 진원지로 꼽힌다. 공구 등 소규모 화물을 운반하는 수요가 몰리다 보니 흰색 번호판을 단 자가용 화물차량이 불법 영업행위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부 알선 업체들 역시 앱을 통해 자가용 화물차주들에게 일감을 제공하고 있어, 영업용 화물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용달 기사는 "개인용달 기사의 3분의 1은 영업이 불가능한 흰색 번호판을 달고 유상 운송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택배 등과 달리 돈을 받고 물건을 옮겼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알선 업체들도 암암리에 자가용 화물 운송을 허용하는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시와 대구개인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는 지역 내 불법 화물 운송 근절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별도의 신고 포상제도도 운영하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2020년과 2021년 적발 건수는 각각 10여 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익명의 제보에 의존하는 실정이라 자가용 화물차의 불법 유상 운송을 근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태호 대구개인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부장은 "소규모 화물의 경우 알선 업체와 운전자만 담합하면 유상 운송을 증명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사실상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며 "각종 세금과 부대 비용을 납부한 영업용 화물 기사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화물 운송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나 사용자는 유상으로 화물을 운송하거나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시 제 67조 벌칙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미만의 벌금에 처하고, 6개월 이내 차량 사용이 제한된다. 하지만 소형 화물 업계의 기형적인 구조상 자가용 불법 유상 운송이 근절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대구의 소형 화물차는 총 11만9천859대다. 이중 영업용 소형 화물차는 5.8%인 6천 987대에 불과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흰색 번호판을 단 소형 화물차가 돈을 받고 물건을 싣는다면 불법 유상 운송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자가용 화물자동차 불법 유상운송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전통시장과 농수산물유통센터 등 소규모 물류 수요가 몰린 곳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화물 운송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