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나라서도 빈곤으로 인한 고통은 존재…시대 따라 정의 달라지기도
反빈곤활동가 저자 "숫자·편견 넘어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해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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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아프리카 대륙 국가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부유한 나라에서도 여전히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존재한다.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에서는 빈곤을 면밀하게 정의하고 빈곤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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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리스터 지음/갈라파고스/384쪽/1만8천500원 |
가난에 대한 정의는 생각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장 먹을 음식이 없거나 잘 곳이 없는 문제가 가난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원하는 브랜드에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하우스 푸어' '카 푸어'처럼 주택이나 자동차를 두고 '가난(푸어)'이라는 수식을 붙이기도 한다. '가난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지역이나 국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이 모든 '가난'은 모두 같은 가난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떤 것은 '가짜 가난'이고, 어떤 것은 '진짜 가난'인 걸까?
저자는 '부유한 나라에서나 가난한 나라에서나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문장으로 책을 연다. 그러면서 가난은 아프리카 대륙 국가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고 전쟁을 겪는 특정 시대에만 갇힌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사실 다양한 조사를 통해 선진국에도 빈곤층이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개인들이 얼마나 쉽게 빈곤 상태를 오갈 수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시대에 따라 빈곤 여부를 결정하는 필수재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게 되자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이 빈곤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책에서 저자는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지역·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 정의에 따른 빈곤 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숫자로만 표현되는 빈곤 측정이 아니라 빈곤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저자가 책에서 제안하는 빈곤에 대한 이해는 '정확한 수치'나 '정의'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초점이 명확한 빈곤에 대한 정의는 가난의 규모와 심도를 측정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렇게 포착한 빈곤의 현실은 되레 얄팍한 묘사에 그치게 될 것이라 지적한다. 책에서는 물질적인 빈곤은 물론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빈곤에 대한 관점을 다채롭게 보여 준다.
또 빈곤을 관계와 상징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보완해야 하며 빈곤 문제를 인권과 시민권, 행복과 인간 번영의 문제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이해를 통해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빈곤의 원인에는 개인의 행위도 있지만, 사회·문화와 같은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행위 역시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해 빈곤을 면밀하게 정의하고 빈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1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빈곤 정의부터 최신의 빈곤 논의를 살펴보고, 2장에서는 점차 정교해지고 있는 빈곤 측정에 대해 소개한다. 3장에서는 빈곤과 불평등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해, 4장에서는 '빈민'의 재현과 그 역사, 윤리에 대해 다룬다. 5장에서는 빈곤층의 '행위주체성'을 토대로 이들의 생활과 정치 영역 전반을 다루며, 6장에서는 인권의 관점에서 빈곤의 해법을 논의한다.
저자인 루스 리스터는 사회보장제도와 빈곤에 초점을 두고 연구와 활동을 병행해 온 반빈곤 활동가이자 빈곤 연구자다. 1970년대부터 어린이빈곤행동단체 'Child Poverty Action Group(CPAG)'에서 활동했고, 1990년대에는 단체 대표를 역임했다. 브래드포드대학 응용사회학과와 러프버러대학 사회과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는 러프버러대학 사회정책학 명예교수이자 영국노동당 상원의원으로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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