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근무 유강우·제조공장 직원 김시현·청년미술가 정지원씨
발달장애 고용 차별 지우고 저마다의 삶터서 꿈 향한 열정 펼쳐
지난 26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제빵소'에서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유강우씨가 빵을 정리하고 있다. 이자인기자 |
대구지역에도 '제2의 우영우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장애를 지우고, 미래의 꿈을 품고, 포기 없는 열정으로 살아가는 그들이다.
제빵소에서 근무하는 유강우(25)씨, 커피 쿠키를 제조하는 브라보비버대구에서 일하는 김시현(22)씨 ,청년미술가 정지원(24)씨는 내일의 우영우를 꿈꾼다.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 유강우(25)씨는 대구 중구의 카페 '남산제빵소'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다. 강우씨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가 자폐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 그만큼 일솜씨가 능숙하다. 그는 특수학교에서 직업교육을 받았다.
이곳 제빵소는 대구의 발달장애인 고용기업인 '브레드인스마일'이 운영하는 곳이다. 현업에 적응하기까지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강우씨의 경우에도 손에 장갑을 끼는 연습부터 시작해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일까지 멘토와 하나하나 연습했다.
대구 북구의 '브라보비버대구' 역시 발달장애인 고용 사업장이다. 장애인 54명이 드립백 커피와 쿠키를 직접 제조하고, 포장·실링까지 전공정의 작업을 맡고 있다. 새로 입사한 김시현(여·22)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이곳에 오기 전 시현씨는 급식보조로 일했다. 제대로 된 직장의 취업이 어려웠다. 단순노동 공장이 전부였다.
그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만화가’이다. 시현씨는 "미술학원을 많이 다녀서 그림 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주할 수 없다는 결기이기도 하다.
역시 발달장애인인 정지원(24)씨는 당당한 청년 미술가이다. 올해 대구예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더휴 소속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적 태권도 도장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취미에 맞지 않았다. 중2 때 미술학원에서 스스로 재능을 알아차렸다. 한국장애인 고용공단이 제공한 프로그램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이들은 그런대로 성공한 사례들이다. '제2 우영우'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기 위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2021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성인 발달장애인 취업자는 29.3%이다.
‘TV속 우영우’가 넘쳐나는 사회라면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 가족, 사회 나아가 국가적 차원의 조밀조밀한 지원망은 필수요건이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자폐성 장애인들이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지적 장애·자폐성 장애를 가진 대다수 발달장애인들은 고용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발달장애인의 경우 신변관리, 의사결정 지원 등 숱한 도움이 필요하다. 국가가 전적으로 지원한다는 분위기도 요구된다"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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