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총질' 문자의 반전
여당 지도체제 급속 변화
'이재명 민주당'에 맞설
새 지도부 선출 길 열렸다
인적 쇄신 위한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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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로 시작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한 줄에 집권당 지도체제가 확 바뀌게 됐다. 이준석 대표가 윤리위 징계로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으며 '1인 2역 원 톱' 역할을 했다. 그러나 권성동은 실수든 고의든 대통령과 나눈 사적 대화를 노출함으로써 짧은 직무대행 생활을 끝냈고,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비대위는 새 지도부를 뽑는 조기 전당대회를 단기간에 준비하는 제한적 역할을 맡는다. 의도된 건 아니지만 8월28일에 선출되는 민주당 지도부와 맞상대할 진용을 구축하는 전당대회가 됐다. 다수 야당에 이재명 대표체제가 들어서면 강력한 대여투쟁에 나설 게 분명하므로 화력이 대통령에게 미치기 전에 진압해야 할 여당 지도부로 어떤 인물을 선출할지가 매우 중요해졌다.
다만 이준석 처지에서 보면 비대위 출범→새 지도부 선출은 최악이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가면 6개월 후 당원권 정지 징계가 풀리면서 대표 자리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잔여 임기 5개월을 채운 후 내년 6월 전당대회에 재출마해 당권을 또 잡는 그림을 그렸을 법하다. 그러나 징계가 끝나기 전에 새 대표가 취임해 버리면 이준석은 갈 곳이 없어진다. 그 상태론 2년 후 총선에서도 공천은 어렵다. 성 접대 의혹과 관련된 중징계 이력이 있는 '내부총질러'를 공천권을 쥘 새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하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윤 대통령의 깊은 불신이 확인됐기에 더욱더 그렇다. 여기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른 사법 리스크도 만만치 않기에 이준석은 꽤 오랜 기간 제도 정치권에 진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 전개는 윤 대통령에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대선, 취임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시한폭탄 같았던 위험요소가 일단 사라진다. 이준석이 '양두구육'을 외치므로 아주 짧게 진통은 있겠지만 임기 5년 동안 안고 살 뻔했던 골칫거리를 없애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야당 대표 이재명과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여당 지도부가 들어서면 일단 보수층에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마련된다. 집권당의 쇄신 돌입은 행정부와 대통령실에도 자극이 될 수 있다. 특히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자기 조직을 겨냥해 '사적 채용' 프레임이 설치됐음에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한 대통령실에도 대대적인 인적개편 바람이 불 수 있다.
대통령이 어린 시절 외가(강릉) 친구였던 여당 원내대표에게 징계받은 당 대표를 놓고 '뒷말'을 한 건 시빗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반등 기미를 보이던 지지율이 문자 공개로 다시 추락했다는 통계 수치들도 있다. 다만 속사정을 잘 아는 정가 사람들은 "오죽했으면 그리했겠나" "윤 대통령이 못할 말 한 건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윤 대통령으로선 국회 본회의장 문자 포착이란 우연한 계기로 임기 초반 대대적 인적 쇄신의 기회를 잡은 측면이 있다. 지금이라도 집권당과 대통령실에 정예 인력을 집중 배치해 민심을 다시 얻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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