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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아파트간 갈등, 보행권 뒷전...'가파른 등굣길' 안전대 붙잡고 아슬아슬

2022-08-05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9>대구 동구 신성초등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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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대구 동구 신성초등 학생들이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등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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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의 갈등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의 '안전한 통행권'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3일 오전 8시30분쯤 대구 동구 신성초등 정문으로 내려가는 이면도로는 아래에서 보면 위쪽 도로 사정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경사가 심하게 져 있었다. 성인에게도 가파른 경사여서 이 도로를 주 통학로로 이용하는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이나 안전대를 잡고 보도를 걸어 내려왔다.



보도 부지 소유한 기존 아파트
경사로 개선 공사에 소극적
초등학생들 등하굣길 큰 불편
학교 근처 경사도만 낮추는 안
높낮이 차이 때문에 불가능해

같은 날 오후 2시쯤 돌봄교실을 마치고 하교하는 아이들은 경사를 오르느라 더욱 진을 빼야 했다. 더운 날씨 속 가파른 경사로를 그대로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신성초등 3학년 박모(10)양은 "경사가 가팔라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올라갈 때 힘이 든다. 눈이 왔을 땐 미끄러질까봐 안전대를 꼭 잡고 올라가야 한다"며 힘든 등하굣길을 설명했다.

실제 이 경사로는 대구 동구청이 겨울철 제설작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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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대구 동구 신성초등 인근 동북로71길의 경사로가 가파르게 형성돼 있다. 좌측 기존 입주한 아파트가 일부 보도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초등학교 인근에 다른 통학로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도로 폭이 7~8m 정도로 좁은 데다 왕복 차선인 탓에 인도가 설치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결국 해당 경사로가 주 통학로로 이용되어, 학부모들은 걱정을 놓을 수 없다.

신성초등에 손자가 다닌다는 박모(여·65)씨는 "도로가 왕복차선인 데다 인도가 없어서 엄마들이 이쪽 도로는 통학로로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며 "결국 경사로를 주로 이용하는데, 경사로에 안전대가 있고 미끄럼방지 패드가 있긴 해도 비 오는 날엔 손자가 미끄러져 넘어질까 봐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등굣길을 비롯한 동북로71길 일대는 가파른 경사로로 유명하다. 신성초등 서편에 지어지는 신규 아파트 심의 단계에서 소방당국이 성능위주설계 심의를 통해 해당 경사로를 포함한 동북로71길 일대 경사도를 낮추도록 준공 이행 조건을 달 정도였다.

김송호 대구소방본부 예방안전과장은 "고층 건물을 지을 때 성능위주설계 심의를 한다. 이때 경사가 있으면 화재 시 소방차가 들어가 작업하기가 어렵고 진입과정에서 경사가 높으면 소방차 뒷부분이 바닥에 닿을 수 있다"며 "그래서 건물 진입도로 경사도를 낮춰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경사로 개선 사안은 동북로71길과 접한 보도 부지를 소유한 기존 아파트가 공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기존 아파트 관계자는 "공사할 때부터 소음 때문에 피해가 많았다. 그러잖아도 피해가 많은데 도로 공사를 하면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니 반대한 것"이라며 "신규 아파트 조합 측에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없었고, 요청 식의 공문만 보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입주 예정인 신규 아파트 관계자는 "동대표 회의와 공청회 등을 통해 1년 정도 협의했으나 합의되지 않았다"며 "새로 조경을 조성하는 부분이나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기존 아파트에서) 최종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 과정에서 준공 기간이 길어져 이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에 동구청은 기존 아파트 부지를 간섭하지 않는 신성초등 통행로 경사도만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단차(높낮이 차이)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단차 때문에 신성초등 옆에 경사로의 경사도만을 낮출 수 없는 상황이고, 낮추려면 기존 아파트 인도가 접한 동북로71길을 함께 낮춰야 한다"며 "또 다른 통행로를 일방통행로로 바꿔 인도를 만들 수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불법 주정차가 더 늘고 실질적으로 그쪽으로 보행하는 학생들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파트 간의 갈등으로 장기적인 공공성 확보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아파트 주민이자 신성초등생 학부모인 A씨는 "10년 전쯤 이사 올 때부터 경사로가 가파르다고 생각해서 관리사무소에 수차례 얘기했지만, 그때마다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실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지도 몰랐다"며 "아이가 학교에 5년은 더 다녀야 하는데,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으면 어땠을까 싶다"라고 했다.

글·사진=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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