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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달 대경에너지미래포럼 대표가 지역 에너지 부문의 당면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첨단 산업 통해 4차 産革 이끌려면
기업들 에너지 효율적 사용이 관건
대구시의 방향성 제시와 지원 중요
2030년부턴 소형원자로 시장 본격화
인프라 풍부한 경북 중심지역될 것
우리 포럼은 교수·기업인·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의 에너지 공부 플랫폼
포럼발족 후 55회차 조찬모임 가져
대구 수소 분야 정책개발에도 기여"
▶2017년 1월 설립한 대경에너지미래포럼의 좌장 역할을 도맡아 왔다.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포럼 발족 이후 지금까지 총 55회차에 걸쳐 조찬모임을 열었다. 특히 대경에너지미래포럼은 교수, 연구원, 관료를 비롯해 기업인, 시민단체,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 30여 명의 전문가들이 에너지 공부에 나서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포럼을 통해 에너지 분야 관련 기술과 정책, 이론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면서 환경과 경제 분야의 안목을 키우고 각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포럼 활동을 통해 대구시의 수소 분야 정책개발에 기여하는 등 에너지 정책 입안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점이다. 1년에 한 번씩 수소 또는 탄소중립 관련 세미나를 열고, 필요하면 서울이나 해외의 에너지 전문가들까지 포럼에 참여시켜 지역에너지 정책 아이디어 발굴에 주력했다. 다만 경북지역 에너지 전문가 참여가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 향후 경북도 및 경북지역 에너지 전문가들의 참여를 활성화 하겠다."
▶세계솔라시티총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경제학자로서 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환경계획학을 공부하면서 에너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는 대립하는 개념이었다. 상반되는 두 가치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 당시 서울대 학보사에 '국토 이용의 한계와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기고까지 할 정도로 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이후 미국 델라웨어대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성장도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1995년 3월 경북대 교수로 부임하고 1997년 경북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에너지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세계적 탄소 중립 흐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대구경북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미 2050년까지 탄소중립 완료를 선언했다. 결국 풍력, 수소,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고 그 사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물론 천연가스는 기존 화석연료와 친환경에너지의 징검다리 격인 에너지여서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가스를 원활하게 공급받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러시아 사할린 천연가스 개발권을 한국이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자력 또한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순 없겠지만 SMR(소형 모듈식 원자로)에 대한 이야기는 다르다. 현재 SMR에 대한 기술발전과 투자 기대감이 크고, 글로벌 리더들도 SMR에 관심을 둔다. 원자력 인프라가 풍부한 경북이 SMR 분야에서 중요한 지역이 될 것이다. 특히 2030년대부터 글로벌 SMR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여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홍준표 대구 시장의 주요 경제 공약에서 에너지 부문이 제외됐다. 대구지역 에너지 산업 육성에 관한 조언을 한다면.
"산업에서 에너지가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에너지 부문이 지역경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도체 등 선도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와 미래차 등 첨단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이다. 각 산업 부문의 기업들이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 유치만큼 중요한 것이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탄소중립 시대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대구시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고준위방폐물(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 마련'이다. 경북은 국내 최대의 원전 집결지로 관련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방폐물 처리는 매우 민감한 사안인 탓에 정부는 물론 지역사회의 고민이 크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준위방폐물은 10만년 이상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원전 건설과 비교도 안 되는 중대 사안이다. 경북지역 원전의 고준위방폐물 저장량은 포화상태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고준위방폐물 처리장이 어느 지역으로 갈지는 알 수 없으나 반드시 지방정부와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이고 책임 있는 조직을 만들어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문제를 미리 인식한 핀란드도 고준위방폐물 처리장 마련에 18년이나 걸렸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친환경 에너지 분류 기준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원전을 포함시켰는데 그 조건으로 '2050년까지 고준위방폐물 처리 계획 마련'을 내걸었다. 고준위방폐물 처리장에 대한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지역 기업들 사이에 ESG경영 바람이 거세다. ESG경영의 주요 가치 중 하나가 환경인데 이는 에너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일각에선 ESG경영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
"장기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ESG경영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 자산 운용사들이 ESG 실천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환경이나 윤리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의 수익률이 더 낫다는 통계가 있다. 포스코가 친환경 수소환원제철로 가는 것도 외국 주주들의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 ESG경영은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소비패턴은 환경을 중요시하는 '그린 컨슈머리즘(Green consumerism)'으로 대표된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친환경차를 구매하거나 패시브하우스를 짓는 등의 행위는 이미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 입장에서 지역사회에 특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려면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의 파고를 넘고 첨단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에너지 관리도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기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대구경북에도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돼야 한다."
▶향후 활동 계획은.
"평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고민을 거듭했고, 경제와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러한 활동이 미래세대와 지역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개인적으로 대구경북이 에너지전환에 잘 적응하고 선진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대경에너지미래포럼을 더욱 활성화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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