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플라스틱·종이 의상…옷=바느질 틀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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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자코모 발라의 미래주의 정장 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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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미래주의 감성의 드레스. www.wright20.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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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 라반느의 우주시대 의상. www.escamastudio.com |
패션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변화의 모습과 산업적 특성이 맞물린 것으로, 미래주의적 패션은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시대에서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미래주의 패션, 영어단어로 퓨처리즘 패션(Futurism Fashion)은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각각의 시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미래주의 패션은 단순히 '미래에는 어떠한 패션을 입을 것'이라는 일차적 사고보다,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디자이너의 가치, 그리고 실험적 창작을 시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패션에서 미래주의의 모습은 무엇인가 크고 새로운, 앞서나가는 듯한 변화가 있을 때 더욱 대두되었다. 패션과 별도로 미래주의는 20세기 초 이탈리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퍼진 예술 운동으로 기계의 역동성, 속도감, 에너지, 변화, 불안감이 예술 작품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19세기 말부터 벌어진 2차 산업혁명을 통한 진보적인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기와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어, 사람들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와 기계 움직임의 역동성과 속도 등을 '아름다움'으로 보게 되었다.
20C초 내다 본 미래 패션
우주선·가상 현실…은빛 광택·무채색·중성적 色
평범한 정장, 높은 채도 색상 조합·과감한 디자인
역동성·속도·에너지·불안감 예술작품으로 표현
60년대 과감하고 새로운 소재…현재까지도 영향
당시 이탈리아의 대표적 미래주의 화가로 알려진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는 자신의 회화 작품에서 그린 빛의 움직임과 속도감을 1914년 미래 정장((Future Suits) 디자인으로도 나타냈다. 그는 당시 남성 정장의 모습을 특별한 개성이 없는 평범하고 구식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강한 비대칭적 선의 움직임이 보이는 여밈과 밑단의 디자인과 당시 남성복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노랑·초록·빨강 등 높은 채도의 색상 조합을 통한 과감하고 역동적 디자인으로 미래주의 예술의 미학적 가치를 패션으로 표현하였다.
이후 미래주의 패션은 20세기 중후반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에서 1957년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에 이은 1960년대 중반 미국의 로켓 및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으로 미국이 앞서나가게 되면서 60년대의 미래주의 패션은 크게 대두되었다. 앙드레 꾸레쥬, 피에르 가르뎅, 파코 라반느 등 패션 디자이너는 당시 새로운 소재 기술의 개발 속에서 일반적인 의류의 소재가 아닌 PVC, 금속,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여 우주 시대를 그린 미래주의 패션을 제시하였다. 60년대 미래주의적 패션은 당시 패션 스타일을 지배한 미니멀리즘 패션, 즉 단순한 실루엣과 조이지 않는 허리선, 미니스커트의 전체적 형태에 새로운 소재와 독창적 디자인 선을 반영하여 동시대적 특징과 혁신적 독창성으로 구현되었다. 이러한 우주시대 패션은 이전까지 전통적으로 사용된 틀을 깨고 새로운 미래 시대의 가치와 모습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는 대중을 이끄는 선도적 패션으로 60년대 이를 처음 보게 된 대중들의 느낌은 흡사 현재 우리가 가상세계를 처음 경험했을 때와 유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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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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