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처방건수 외모 중시 풍조 유추
16세 이하 복용 금지인데 다수 처방
남용·의존 가능성 부작용 명심해야
미용 아닌 비만 치료 목적 사용 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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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
기원전 4천년경 융성했던 고대 수메르문명의 점토판이나 이집트문명의 파피루스에 당시 사용했던 다양한 약물의 종류와 효능, 처방에 대해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듯이 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고 할 수 있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많은 문명, 국가가 번성하고 사라진 것처럼 약도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의 한 단면을 내포하며 널리 사용되기도 하고 효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너무 큰 부작용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기도 한다.
때로는 특정 약을 많이 사용하던 당시의 생활상이나 사회적 인식도 엿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최근 3년간의 마약류 식욕억제제 연간 처방 건수가 587만여 건에서 663만여 건에 이르는 것을 볼 때 현대는 외모를 중시하며 마른 체형을 선호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식약처가 공개한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에 따르면 2021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이 약을 처방받은 사람은 128만2천615명으로 이 중 30~40대가 74만7천338명으로 58.3%를 차지했다. 10대 이하~20대도 22만5천285명으로 17.5%에 이르렀다.
놀라운 것은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16세 이하에서는 복용을 금지하고 있는 의약품인데도 불구하고 2019~2020년 2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16세 이하의 청소년 1천247명이 3천374건을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중 필요해서 사용한 예도 많겠지만, 일부는 좀 더 신중하게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사례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며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안전사용기준을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용 약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는 식욕억제제는 마약류 의약품에 속해 사용할 때 남용 및 의존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미용이 아닌 비만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 허가 용량 내에서 한 번에 4주 이내, 최대 3개월 이내로 사용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와 병용하지 않고,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사용하지 않는다. 심혈관계질환을 악화할 수 있어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때 비만의 기준은 체질량지수 BMI(Body Mass Index=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로 BMI 30㎏/㎡ 이상 또는 다른 위험인자(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가 있는 BMI 27㎏/㎡ 이상 환자의 체중감량 요법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사용기준을 따른다면 실제로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사용이 필요한 경우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고, 청소년 대상의 처방 또한 아주 드물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비만에 대한 기준이 개인별로 매우 다르며 사회적 인식 또한 예전과 달라졌기에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의 약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모든 질환의 치료 및 관리법과 마찬가지로 비만 또한 의약품 사용 이전에 운동요법, 식이요법 등의 생활 습관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대표적인 만성질환도 약 복용과 함께 적절한 운동, 음식조절을 필수로 권유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이 약 사용일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으며 손쉬운 선택이 예상하지 못했던 이상 반응으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경우 혈압상승, 빈맥, 폐동맥 고혈압, 과자극작용, 불안감, 불면증, 진전, 불쾌감, 정신질환적 발작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마약류로 지정된 만큼 당연히 의존성,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과도한 외모중심주의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청소년들마저 왜곡된 가치관으로 마약류 의약품 사용을 쉽게 생각하는 인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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