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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
빛깔이 좋은 개살구나무의 열매가 살구보다 시고 떫은 게 특징이라 겉보기에는 참 좋아 보이지만 실속이 없는 것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주변에서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겉보기에는 일을 잘할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또 뭔가 그럴듯한 위치에 있어도 그 위치에 맞지 않는 사고나 행동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우리말에서의 '빛'은 광(光, light)이 아닌 '색(色)'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구상적 사물로 추상적인 색채를 나타내는 은유의 표현이라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 공간 등 많은 것을 비유할 때도 쓰인다. 특히 화려함과 다채로움을 내세우는 지역의 일부 축제들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역의 엄청난 예산을 확보하고 그 지역을 위한 축제를 하더라도 지역민과는 관계없는 기득권과 이어진 라인들을 위한 축제가 되거나 그 지역에 걸맞은 축제로 그럴싸하지만, 알맹이는 개살구처럼 시큼털털하거나 먹어봐야 먹을 게 없는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지는 축제가 다분하다. 이를테면 어떤 지역의 축제를 가보면 그 지역의 자원들이 너무 풍요롭고 정말 먹을 게 많은 잔치가 있다. 반면에 어느 지역은 그 지역의 소중한 자원은 뒤로하고 빛깔만 좋아 소문은 많이 나 있는데 먹을 게 하나도 없는 잔치가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또한 항상 축제가 열리면 연예인이나 각 분야의 스타들이 등장한다. 물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지역의 각 분야 종사자나 예술가들을 성장시키며 이끌어갈 방법을 모색하기보단 스타 중심의 축제가 돼 이슈 몰기에만 급급해 있는 모습들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를 보완하고 지역민이 다 함께 참여하는 풍요로운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민에 의해 지역민을 위한 축제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축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처럼 선진 문명을 직접 배우고 와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해 뭐든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지역의 관련 종사자나 예술가의 수준은 이미 잴 수 없는 수준에 와 있기도 하다. 따라서 축제를 여는 주체나 협력자 또한 그 지역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 지역의 관련 종사자들과 그 지역의 예술가들이 주체가 되어 먹을 게 많은 잔치가 되도록 이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때다.
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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