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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대통령과 자유

2022-08-24

尹, 자유의 이념 구체화 필수
시민적 덕성과 법치에 기반
통치자의 자유 법으로 제한
'공화적 자유' 개념 도입해
최측근부터 엄히 단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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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가진 뚜렷한 특징에 관해서 대한민국 언론은 이미 하나의 프레임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나 광복절 담화에서 '자유'라는 용어가 삼십 번 넘게 쓰였다는 보도들은 이 점을 상징한다.

여론의 반응은 확연히 갈린다. 자유라는 체제이념을 정면으로 내세우려는 노력에 지지를 보내는 쪽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그 용어의 빈도에 비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후자는 최근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의 공허함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 자유라는 용어를 선점하는 차원에 머무를 수 없음을 뜻한다. 하루바삐 자유의 이념을 구체화하여 인사와 정책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인사 실패와 외교 불안, 무엇보다 영부인 리스크에 겹쳐 수도권 수해 대응 과정에서 시민 대중을 휘감기 시작한 무능과 불통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자유의 이념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국내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시민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자유의 중핵으로 보고, 국가가 그 기본 조건들을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는 적극적 자유의 방향이다. 이른바 복지국가 및 경제민주화론으로 대변되는 이 흐름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일관하여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를 이끌어 왔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흐름을 잇기에 매우 곤란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왔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사법적 단죄에 앞장섰고, 문재인 정부와 극적으로 대립하여 정권을 잡은 입장에서, 이 흐름을 따른다면, 지지층부터 혼란에 빠질 것이 명백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에 대한 언급이 대체로 소극적 자유의 방향으로 해석되는 것은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나 사회세력의 불간섭을 자유의 중핵으로 보는 소극적 자유의 방향은 지금껏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는 새로운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소극적 자유를 체제의 비전으로 내세우기엔 곤란한 점이 많다. 기득권층의 자기보호논리를 넘어서서 자유지상주의를 체계적으로 대변할 정치이론가를 찾기 어려운 사정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게다가 시의성도 마땅치 않다. 기실 자유지상주의는 1980년대 이후 영미 세계가 추진했던 신자유주의적 글로벌리제이션의 논리였다. 한데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이미 그 시대의 종막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세 번째는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의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기보다 오히려 양자의 역동적 관계에 주목하는 방향이다. 공화적 자유 또는 헌정적 자유로 일컬어지는 이 흐름은 자유의 중핵을 시민적 덕성이라는 정치적 리듬감에서 찾고, 법치를 통한 책임정치로 이를 제도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

여기서 법치를 통한 책임정치의 묘미는 시민적 자유를 확대하기 위하여 통치자의 자유를 법을 통해 엄격히 제한하는 지점이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이 세 번째 방향에서 자유를 구체화하고자 한다면,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대통령 자신은 물론 최측근의 자유를 가장 먼저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할 것이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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