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의 어휘·문해력 저하
세대간 언어변화 차이 인정
漢字·우리말 교육강화 필요
논란의 원인된 인터넷 댓글
공적인 문자의 형식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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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
웬 괴상한 제목이냐고 의아하게 여길 독자들이 많으시리라.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짐작이 가시는가? 제목에서 작은따옴표 안의 단어들은 안 그래도 조용한 날이 드문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만든 주인공들이다. 나름 평범하게 보이는 이 단어들이 어떤 파문을 일으켰는지 한번 살펴보자.
먼저 '이지적'과 '고지식'부터!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한다(필자는 우연히 출근길 라디오에서 들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너 이지적이다"라고 칭찬을 하자 학생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의아하게 여긴 교사가 이유를 물었더니 그 학생은 "내가 쉬운 사람으로 보인다는 뜻인가요?"라며 항의를 했다고…. 여기에는 '이지(理智)'를 'easy'로 이해했다는 친절한 설명이 덧붙는다. 한편 한 학생에게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면박을 줬더니 기뻐하더란다. 역시 이유를 물으니 '지식이 높다'라는 뜻으로 알고 그랬다는 것이다.
'사흘'을 둘러싼 논란은 2020년 정부의 광복절 임시 연휴 결정 과정에서 불거졌다. 연휴가 '사흘'로 길어졌다는 공지에 "왜 3일 연휴인데 4일(사흘)이라고 하느냐?"라든가 "'사흘'이 오자인 듯하니 수정을 부탁한다"라는 내용의 댓글이 이어졌고 그 여파로 '사흘'이 (지금은 사라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심하다'와 관련된 논란은 지금까지 열거한 논란 가운데에 가장 최근의 일이다. 지난 8월 중순에 웹툰 작가의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해 주최 측이 '심심한' 사과의 뜻을 밝히자 "나는 하나도 안 심심한데 무슨 소리냐?"라는 취지의 트윗이 쏟아졌다고 한다.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의 '심심하다'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였다는 전언이다.
유사한 형태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어휘력 증진을 위해 한자나 순우리말 교육을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공교육 책임론이라고 부를 만한 입장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언어의 변화와 세대 간 언어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현실 인정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단어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가 앞선 세대의 언어를 낯설어하거나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어휘를 앞선 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흥미롭게도 일종의 인성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무지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 태도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사용한 적이 없고 들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모르는 단어는 사전에서 찾아보면 될 일이다. 오히려 최근에 이러한 논란이 빈번히 일어나는 과정과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댓글을 일종의 사적인 대화로 인식한다. 댓글이 문자의 형식을 띠지만 게시판에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까닭에 사용자들은 주로 구어체를 사용하며 생각나는 내용을 즉흥적으로 게시한다. 그러나 댓글은 실제로 공개된 게시판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그 내용은 기록으로 남는다. 사적인 영역에서는 실수로 웃고 넘길 상황도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진다. 일련의 논란을 통해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메시지의 내용보다 형식일지도 모른다.
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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