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징어 게임의 철학… 오징어 게임, 오락성만 강조한 드라마일까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올리비에 딜리 지음/이상빈 옮김/청송재/212쪽/1만6천원

456억원의 상금을 놓고 456명이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든다. 승자는 단 한 명. 나머지 패자는 목숨을 잃는다. 전 세계 2억명 이상이 시청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오락성만을 강조한 단순한 드라마일까?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는 인간 목숨 자체를 유희의 소재로 삼은 오징어 게임에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재미 이면에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오징어 게임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분석한 철학서'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다.

저자는 책에서 전 세계인을 열광시킨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시청자 대중이 스스로 드라마 속 등장인물과 동일시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거기에는 철학적 담론이 내재해 있다고 강조한다. 또 드라마에서 노출되는 자발적인 노예 계약, 잔인한 신체적 폭력, 죽음까지도 허용하는 부도덕한 합의 등이 갖는 철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저자는 주요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면밀히 분석하며 철학사적 담론을 이끌어낸다.

저자가 말하는 철학 담론은 신자유주의와 인간 존재의 가치,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 정의와 평등의 대립 등 차원 높은 개념들이다. 특히 저자는 오징어 게임에서 찾으려는 담론의 끝이 새로운 유토피아적 지향점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정 '오징어 게임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오징어 게임은 예속, 폭력의 수용, 잔인함과 죽음 등이 소위 민주주의의 결정과 동의, 투표의 결과물인 세계다. 그렇다고 그것이 민주주의일까? '동의'가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데에 충분할까?'(17쪽)

또 고대 철학 거성부터 현대 철학의 새로운 이론까지 관통하며 철학 사상을 비교한다. 각기 다른 이론을 독자에게 제시해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가령 자기 소유권을 다룰 때는 로버트 노직의 자유지상주의와 이마누엘 칸트의 휴머니즘,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민주주의와 국가 담론을 분석할 때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플라톤의 반민주주의론, 알렉시 드 토크빌의 온화한 민주주의론, 프리드리히 빌헤름 니체의 차가운 존재 등의 이론을 비교해 설명한다.

'한쪽은 어떤 사람에게 자기 목숨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쪽은 자기 몸을 팔거나 스스로 파괴하는 자를 자기 욕망의 노예이며, 정의상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쪽은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1938~2002) 같은 사상가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자유지상주의 관점이고, 다른 쪽은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같은 철학자가 견지하는 휴머니스트의 관점이다. 그렇다면 노직일까 칸트일까?'(27쪽)

철학을 다루는 책이지만 의외로 어렵지 않고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는 주제에 따라 오징어 게임 속 장면과 등장인물을 인용해 이미지로 상상할 수 있게 주제를 설명한다. 덕분에 독자들이 철학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자기 소유권 문제와 동의를 주제로 다룰 때는 독일 마이베스의 식인 살인 사건을 예로 든다. 희생자와 사형집행인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하는 주제에서는 독일 나치 당원의 전범자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사례로 든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