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기운, 우거진 나무 통해 생명력 넘쳐…새 활동으로 세계관 확장 '木기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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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사주공학연구소장) |
용신법의 개념은 간단하지만 학파 간 논점이나 접근법이 다양해서 절대적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용신은 균형 혹은 중화(中和)를 이루는 데 도움 되는 글자임은 분명하다. 추운 계절에 태어났다면 따뜻한 기운의 글자, 특정 기운이 넘친다면(예컨대 사주팔자 중에서 목 기운이 과반이 넘는 경우) 이를 제압하거나 아니면 그 힘을 빼서 사주팔자 전체의 중화를 이룰 수 있는 글자, 기의 순환이 막혀 있을 때는 그것을 해소해 주는 글자 등을 용신이라고 보면 된다.
◆서자평 이야기
처음부터 이런 용신법으로 사주를 푼 것은 아니다. 사주 신법(新法)을 개척한 송나라(960~1279) 초기의 서자평(徐子平)이 체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주에서 용신을 찾는 것은 여러 관법 중 하나라는 것인데, 그럼 왜 송나라 때 이런 해석법이 나왔을까. 내 생각은 이렇다. 용신법은 당시 송나라의 성리학적 사유 체계와 맥락이 유사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리학에선 기본적으로 하늘의 도(道)가 인간에 나타남이 성(性)이고 이것이 곧 세상 만물의 이치(理)라고 본다. 다만 성리학은 절대적 가치를 지닌 그 '성즉리(性卽理)'의 이치가 기(氣)로 만들어진 세상 만물과 어떤 관계성, 즉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궁리해 보라고 요구한다. 이는 기질(氣質), 즉 정신과 육체라는 이원적 세계로 구성된 인간이 참된 성(性)에 도달하려면 결국 몸과 마음의 조화를 구현해야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그것이 바로 사주팔자 용신법의 취지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유가의 실천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 고전 중용 1장에 '사람의 마음은 아직 발현되지 않은 성(性)과 이미 발현된 정(情)으로 구성된다'는 표현이 나온다. 성(性)은 천하의 큰 근본인데 정(情)을 잘 다스려 중화를 달성할 때 인간은 완전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용신도 바로 중화를 달성하는 글자를 찾는 일이다. 용신법의 탄생도 이런 철학적 사유와 공유점이 많다는 생각을 공부 과정에 자주 했다. 아쉽게도 많은 논문과 학술자료를 찾아봤지만 성리학과 명리학의 관련성에 대한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튼, 용신은 부귀영화를 그냥 물고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완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전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무 노력도 없는 사람에겐 용신이 별 의미가 없다.
무토(戊土)
큰 산은 숲이 없으면 황량함 더해
믿음직·중심 잘 잡지만 전통만 고수
사고방식 꽉 막힌 꼰대형되기 쉬워
기토(己土)
흙으로 무엇을 농사지을지에 방점
이해득실 먼저 따지고 계산도 빨라
대인관계, 약간 손해 보는 관리 필요
◆사주공부
이번엔 오행 중 토(土)에 대해서다. 토에는 무토(戊土)와 기토(己土)가 있는데, 우선 흙이라는 존재부터 이해해 보자. 토는 다른 오행과 달리 계절마다 들어가서 다음 계절로 중계 전환해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흙은 이 세상 만물을 포용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된다. 즉 봄이 여름으로 넘어가도록 중간에 토의 기운이 개입한다는 의미다. 이 논리를 확장해 보면 사주에 토 기운이 많은 사람은 무엇을 잘할까. 당연히 중개 업무 같은 거다. 성품은 어떨까. 사계절 모두 토를 받아들이는 것이므로 신용을 중시할 것이다. 사주 공부라는 것이 사실 이런 자연의 원리를 인간 세상에 잘 접목하면 반은 끝난 거다. 그러면 순발력은 어떨까. 흙은 안 움직이니까 당연히 생각은 많은 대신 동작은 굼뜬다.
무토(戊土)는 쉽게 큰 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크고 중심이 되니까 긍정적 이미지도 있지만 문제도 많다. 바위나 나무가 없이 흙만 보이는 민둥산은 누가 봐도 무식하고 아름답지 못하다. 산이 클수록(사주에 토 기운이 강할수록) 그 황량함은 더 가중될 뿐 유용함이 없다. 산이 멋지려면 우선 나무(즉 木)가 우거져야 한다. 무토로 태어난 사주에 토 기운만 가득하고 그것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목 기운이 없다면 일단 그 사람은 매우 답답한 스타일임을 시사한다. 명리에서는 나무가 흙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는 의미로 '소토(疏土)'라고 칭한다. 오행원리상 목은 토를 극하는데 이때 목을 토의 관(官)이라 부른다. 그래서 큰 산으로 태어난 사주에 나무도 힘차게 숲을 이루는 형상이면 소위 '한자리' 하는 사주로 해석한다. 그런데 목과 토가 모두 기운찬 모습은 쉽지 않고 흙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화(火) 기운만 나란하면 무토를 더 생명력 없는 흙으로 만들기 쉽다. 그래서 무토로 태어난 사람 자체는 큰 산처럼 믿음직하고 중심을 잘 잡지만 의외로 사고방식이 꽉 막혀 있거나 전통만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여타 변수들이 있겠지만 일단 무토는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세련미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토의 특성상 자칫 '꼰대형' 인간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무토에게는 적절한 목 기운이 필요하다 했는데 현실에 비유하자면 많이 움직이거나 새로운 영역의 학습활동을 통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노력 등이 해당한다.
◆확장 개운법
기토(己土)는 전원의 옥답(沃畓) 개념이다. 앞의 무토는 세상의 중심적 존재로서 어떤 아름다움을 갖고 있냐의 관점이라면, 기토는 그 흙으로 무엇을 농사지을 수 있는지에 방점을 둔다. 옥답은 집 앞의 땅이므로 '내 것'이라는 성분이 개입된다. 그래서 기토 사주는 일단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고 계산도 빠르다. 대신 기토 사주가 좋게 흘러가려면 적당한 햇볕(火)과 물(水) 그리고 농사지을 작물(木) 등이 적당히 배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타 사주에 비해 길격(吉格)이 덜 나오는 편이다. 그만큼 사람도 까다롭다는 의미다. 이해득실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행동의 동기가 대체로 명분보다는 나의 이해관계에 기반하므로 기토로 태어난 사람은 대인관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토의 특성상 자기가 중심이 되는 듯한 모습 때문에 당장은 자기 페이스 같지만 길게 보면 주변에 내 사람이 드물 수 있다. 평소 약간 손해 보듯 대인관계를 관리해 가는 것이 자신을 크게 확장하는 개운법이라 하겠다.
사주공학연구소장 logoswater@hanmail.net
☞필자 이재호는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래에셋증권 상무, 숙명여대 멘토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주공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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