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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화가 |
'지옥의 문'은 1880년 로댕이 파리의 새 미술관의 문을 의뢰받아 만든 작품이다. 그는 죽기까지 37년간 200명의 인물 조각을 추가·제거·변형하며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 '세 개의 그림자(The Three Shades)' '키스(The Kiss)'를 비롯한 명작을 탄생시켰다.
문 위쪽 '생각하는 사람' 조각은 '시인(The Poet)'이라는 제목을 갖기도 하는데 역사가들은 자신의 작품 '지옥(The Inferno)'에 나타난 캐릭터들을 내려다보는 시인, 단테(Dante)일 것이라 추측한다. 혹자는 '지옥의 문'의 구성을 따져 보는 로댕일 것이라 주장하기도 하고 자신의 죄로 인해 인류에 초래된 파멸에 대해 생각하는 아담(Adam)일 것이라는 설도 있다.
영감을 준 단테(Dante Alighieri)의 '신곡(Divine Comedy)' '지옥(The Inferno)'처럼 제한 없는 공간, 감정을 낱낱이 전달하는 과감한 포즈, 제스처, 에로틱한 표현 등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형식의 인체로 아비규환의 지옥을 보여 준다. 그러나 단테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던 사람, 정치적 라이벌을 지옥에 집어넣어 조롱하며 현세를 반영한 것과는 달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현세의 번뇌, 금지된 사랑의 유혹, 갈등, 죄와 벌, 고통, 성적 쾌락, 모성애, 사색 등 보편적인 고통의 감정, 경험을 보다 절실히 묘사했다.
미완의 작품으로 남은 지옥의 문은 불쌍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보여 준다. 그는 지옥의 문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죽기 직전까지 지옥 같은 현세를 조각에 옮기며 오직 신의 자비를 구할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는 왜 지옥의 문에 천착할 수밖에 없었을까? 천국의 문을 상상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더 이상 꽃 천지나 불 구덩이 등의 '장소'로 간주하지 않는 현대 신학의 천국과 지옥의 개념은 로댕에게 더욱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여러 인물들은 천국과 지옥에 관한 환상이 그에게는 생이 끝날 때까지 따라 다닌, 현세에서의 자신의 고뇌가 투사된 서로 다르지 않은 하나의 공간이었을 것이라는 암시를 해 준다. 그러한 묘사를 통해 오히려 천국에 대한 희망을 더욱 강하게 품었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아서, 전혀 알 수 없어서, 아니 어쩌면 전혀 알고 싶지 않아서, 그런 반면 현세의 고통은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낼 만큼 강했던 까닭이다. 결국 '지옥의 문'은 그가 얼마나 천국을 기다리는지를 투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윤경 화가

김윤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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