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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기분좋은 승전고를 울려달라

2022-09-07

IMF 때 박세리 '맨발 투혼'

금융위기 땐 김연아 첫 우승

힘들 때 '희망 바이러스' 역할

코로나 직격탄 맞은 대구에

삼성·대구FC도 위안 돼야

[동대구로에서] 기분좋은 승전고를 울려달라
진식 체육부장

우리는 1998년 7월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US오픈 명장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스물한 살 앳된 박세리는 워터헤저드(연못) 바로 옆 러프에 떨어진 공을 쳐내기 위해 양말까지 벗고 연못에 들어가 환상적인 샷으로 그린에 올렸다. 그 유명한 '맨발 투혼'이다. 이를 바탕으로 결국 박세리는 연장 승부 끝에 버디를 잡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대한민국 남녀 골프를 통틀어 사상 첫 메이저대회 정상 등극이란 금자탑을 쌓은 것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는 IMF 구제 금융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으로 온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던 터라 박세리의 우승 소식은 그야말로 시름을 달래는 단비와도 같았다. 더불어 외환위기로 지쳐있던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10년이 흘러 2009년 3월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열아홉 살 김연아가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마의 200점을 돌파하며 정상을 밟은 것이다. 당시 2위와의 점수 차이가 16.42점일 정도로 김연아는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전 세계 피겨계를 평정했다. 전광판에 뜬 세계신기록 점수를 본 국민은 열광하며 감격에 북받쳤다. 이때도 역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최악의 금융위기가 닥쳐, 온 나라가 침체에 빠져있었는데, 김연아의 낭보로 국민은 힘을 낼 수 있었다.

10년 터울로 찾아온 경제 위기에서 약관의 박세리와 김연아는 '희망 바이러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 우리는 또다시 10여 년이 지나 전대미문의 감염병 바이러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곡물값 상승 여파로 고물가까지 덮쳤다.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역경을 겨우 버텼는데, 높은 인플레이션에다 환율까지 역대급으로 올라가면서 서민경제는 그야말로 파탄 직전이다.

이쯤 되면 제2, 제3의 박세리와 김연아가 나올 법한데 아니나 다를까 손흥민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공동 득점왕에 올라 국민에게 위안이 됐다.

이제 시각을 대구로 돌려보자. 대구는 코로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다.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중국 우한 이후 전 세계에서 첫 팬데믹을 맞은 도시가 바로 대구다. 인구 230만 도시에 매일 600~700명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쏟아지면서 '봉쇄'까지 거론되는 등 큰 고초를 겪었다.

변변한 대기업이 없어 서비스업을 바탕으로 한 소비 도시로서 명맥을 이어가던 터에 코로나가 자영업을 강타하면서 대구의 서민 경제를 마비시켰다.

대구시민도 스포츠를 통해 위안을 삼고 싶다. 어렵지만 열심히 하면 역경을 딛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도 품고 싶다. 그래서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프로축구 대구FC를 더욱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삼성라이온즈와 대구FC가 리그 막판이지만 기분 좋은 승전고를 울려 주면 좋으련만.
진식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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