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 변호사 |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각종 용역, 자금 관련 계약 등을 체결하게 된다. 그런데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인데도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체결될 경우 그 계약이 유효할까. 즉 그 계약 상대방은 조합에게 계약이행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인데도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체결한 계약은 원칙적 무효라고 보았다.(2022년 8월25일 선고 2021다231734 판결)
지역주택조합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까닭은 조합 임원들이 업무대행사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서 조합원들 몰래 각종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용역금액을 과다계상해 소위 '조합돈 빼먹기'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대법원은 이런 계약은 '원칙적 무효'라고 선언해 경종을 울렸다는데 의의가 크다.
사례를 살펴보자. 부산 남구 소재 A지역주택조합은 B가 C회사에 2억5천만원을 대여하는데 조합원 총회 결의 없이 보증을 섰는데, B가 C회사로부터 빌려 준 돈을 변제받지 못하자 보증인인 A조합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인 부산고법은 A조합이 조합원 총회결의 없이 보증약정을 한 것을 유효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보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 전체의 내용·취지 및 형식에 비추어 보면,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선 조합규약에 필수적인 총회의결사항으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을 명시하도록 해 이를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조건이자 필수 요건으로 강제하고 있는 점, 지역주택조합은 총회의결을 거치지 않는 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 체결 등의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법령상 제한 하에서만 설립인가 및 운영이 가능한 점 등을 판결 이유로 들었다.
무주택 세대주인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사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소수 임원의 전횡을 사전 방지하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결론적으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함에도 총회의결 없이 이루어진 계약의 상대방으로서는 그 절차적 요건의 흠결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을 밝히지 못하는 한 절차적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하는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라고 보았다.
<법무법인 효현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