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난 13일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수 백건의 선물세트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중고거래 앱 화면 캡처 |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중고거래 플랫폼에 명절 선물세트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직접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선물세트'를 구매해봤다. '선물세트'를 검색하니 생활용품, 식품, 건강용품 등 다양한 종류가 올라왔다. 관련 사업자로 추정되는 한 판매자가 여러 선물세트를 시중가보다 조금씩 싸게 판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한 판매자는 정가 2만4천 원의 머그컵 선물세트를 2만 원에 팔고 있었고, 또 다른 한 판매자는 4만7천 원의 스팸과 고급유 세트를 4만 원으로 낮춰 판매하고 있었다.
취재진에게 필요한 물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있어 채팅으로 구매 의사를 표시했다. 직거래 장소에서 만난 판매자 김모(39·대구 북구)씨는 "명절 선물세트는 계속 들어오는데 사용하질 않아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판매했다"며 "직장에 다니다 보니 필요치 않은 선물세트가 들어온다. 중고 판매 글을 적으면서도 매물이 너무 많아 팔릴까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거래를 마친 그의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처럼 명절 선물 중고 매물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시대에 어려워진 가계 경제를 반영한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당장에 필요가 없는 명절 선물을 팔아 가계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중고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
직장인 이모(33)씨는 "고물가 시대에 명절 선물 가격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물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라며 "온라인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편리하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 중고거래를 통해 선물을 되팔아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귀찮아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렇게 되면 선물을 주고받는 명절 문화도 조금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스팸 중고거래 이벤트 페이지. 이벤트페이지 화면 캡처 |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손쉽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명절 선물의 대명사인 스팸을 매입해 대신 팔아주는 이벤트도 선보이고 있었다. 이벤트 페이지에는 당일 시세가 적힌 가격표를 나타내기도 했으며, 실시간 스팸 시세 계산기도 마련돼 있었다. 해당 사이트에서 매입한 스팸 중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된다.
주부 강모(50)씨는 "일반 웹사이트를 통해 까다롭게 중고거래를 할 때와는 달리,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쉽고 간단하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어서 더욱 매물이 쏟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 일각에선 이참에 명절 선물 문화 전반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대 사회초년생 김모(여·26)씨는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상사에게 명절 선물을 받으면 솔직히 눈치가 보인다. 나도 다음부터 선물을 준비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라며 "꼭 명절이라고 선물을 주는 것보다 평소에 개인적으로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는 것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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