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914010001778

영남일보TV

[주말&여행] 충남 공주 태화산 마곡사, 사계절 아름다운 태화산 동쪽자락…백범 김구선생도 한때 은거

2022-09-16

[주말&여행] 충남 공주 태화산 마곡사, 사계절 아름다운 태화산 동쪽자락…백범 김구선생도 한때 은거
마곡사 대웅보전은 보물 제801호다. 민흘림의 듬직한 기둥은 안정감 있게 서 있고 단청과 포작은 무척 화려하다. 섬세하고 다양한 문양의 문살을 보는 맛도 그만이다.


사하촌의 상점가를 지난다. 곧 화려한 다포양식에 겹처마 맞배지붕의 육중한 일주문이 나타난다. 처마 아래에 '태화산마곡사(泰華山麻谷寺)' 현판이 걸려 있다. 이곳은 예부터 '춘마곡'이라 불렸던, 봄의 신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곡사의 첫 산문이다. 마곡사는 공주시 사곡면(寺谷面) 태화산 동쪽 자락에 위치한다. 사곡면은 택리지나 정감록에서 '난을 피해 숨어 살기 좋다'는 이른바 '십승지'의 하나로 꼽은 땅이다. '사곡'은 절이 있는 골짜기를 뜻하니, 사곡면의 상징적 중심이 곧 마곡사다. 일주문 현판에 '여초거사(如初居士)'라는 방서가 있다. '여초'는 고(故) 김응현(金膺顯) 선생의 호로, 그는 '추사 이후 여초'라는 찬사를 받는 근현대 한국서단의 대가다. 산문을 여는 여초거사의 반듯한 글씨와 함께 산사로의 길이 시작된다.

640년에 신라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
정조 때 큰 화재로 소실 됐다가 재건
조계종 6교구 본사로 100여 말사 관할
세계유산 '한국 산지승원'으로 지정
마곡사 북원 5층석탑·대광·대웅보전
일직선상으로 중심축 이뤄 주변 압도


[주말&여행] 충남 공주 태화산 마곡사, 사계절 아름다운 태화산 동쪽자락…백범 김구선생도 한때 은거
마곡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 일직선상에 자리하면서 북원의 중심축을 이루며 수직과 수평의 조화가 주변을 압도한다.


◆마곡사

길은 계곡과 나란히 나아간다. 계류는 마곡천으로 태화산 구간을 특별히 태화천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비로소 사하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고 길은 한층 조붓해진다. 옛날 마곡사는 아주 오지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말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들어왔고,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살해범을 암살하고 인천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탈옥한 뒤 숨어든 곳이 바로 마곡사였다. 지금은 아스팔트길과 데크길이 매끈하게 놓여 있다. 숨소리는 평온하고 도르르대는 물소리와 맑은 산새 소리만이 고즈넉하다. 천변을 따라 벚나무가 이어진다. 계곡 주변으로는 온갖 낙엽수가 무성히 자라고 능선에는 장령의 소나무 숲이 넓게 분포한다. 수목들이 저마다의 연두로 새로워지는 '춘마곡'을 상상할 수 있다. 물길이 크게 돌자 계곡 너머로 마곡사 암자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곡사는 백제 무왕 41년인 640년에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통일 신라 말기인 9세기경에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중창했고 고려시대에는 보조국사 지눌과 그의 제자인 수우(守愚)가 대대적으로 중창했다고 전해진다. 마곡사라는 이름은 신라의 보철화상이 마곡사에서 설법을 펼칠 때 그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이 삼밭의 삼대(麻)와 같이 빼곡했다고 하여 마곡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임진왜란 전의 마곡사는 1천50여 칸의 대찰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폐허가 되었다가 효종 2년인 1651년에 중건되었고, 정조 때인 1782년에 큰 화재로 다시 소실되었다가 재건되었다. 오늘날 마곡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다. 공주, 천안 등 충남 8개 시·군과 대전 및 세종 등지의 100여 개 말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지정됐다.

마곡사의 정문은 해탈문이다. 속세를 벗어나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두 번째 문은 천왕문이다. 악귀의 범접을 막고 중생들의 마음속에 있는 잡념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천왕문을 지나면 앞을 가로막는 마곡천과 길을 이어주는 극락교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마곡천은 태극 모양으로 굽이치며 마곡사를 남원과 북원으로 나눈다. 남원은 해탈문과 천왕문 왼편에 긴 담장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수행의 공간을 이루고, 북원은 극락교 너머 대광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교화의 세계로 펼쳐져 있다. 해탈문과 천왕문은 공간적으로 남원에 속해 있지만 의미에 있어서는 북원과 연결되어 있다. 즉 이들 산문을 통과하면서 세속의 때와 번뇌를 모두 벗은 뒤 최종적인 정화의 절차로 물을 건너는 의식을 치른 후에야 대광보전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한 가람 배치다.

◆마곡사 남원과 북원

남원의 중심 법당은 영산전이다. 마곡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650년에 중수돼 현재 보물 제800호로 지정되어 있다. 편액은 조선 세조 임금의 글씨라고 한다. 세조는 왕위에 오른 뒤 매월당 김시습을 찾아 마곡사에 온 적이 있다. 왕의 행차 소식을 미리 안 김시습이 몸을 피해버려 둘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영산전 편액은 그때 쓴 것으로 편액 왼편에 '세조대왕어필(世祖大王御筆)'이라는 작은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영산전 뒤편 산자락에는 군왕대(君王垈)가 있다. 세조가 마곡사에 왔을 때 '만세 동안 없어지지 않을 땅(萬歲不亡之地)'이라 끝없이 감탄했다는 곳이다.

[주말&여행] 충남 공주 태화산 마곡사, 사계절 아름다운 태화산 동쪽자락…백범 김구선생도 한때 은거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탑으로 보물 제799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탑의 상륜부에는 '풍마동'이라 부르는 청동제의 공예탑이 얹혀있는데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극락교 건너 마곡사 북원에 들어서면 5층 석탑과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일직선상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간의 중심축을 이루는 수직과 수평의 조화가 주변 모두를 압도한다. 축선의 왼쪽에는 응진전과 조사전, 그리고 김구 선생을 기리는 백범당이 위치한다. 백범당 앞에 김구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가 성성하게 자라나 있다. 오른쪽으로는 범종각과 요사인 심검당, 2층 규모의 고방 등이 자리한다. 날씬하게 솟은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탑으로 보물 제799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탑의 상륜부에는 '풍마동'이라 부르는 청동제의 공예탑이 얹혀있는데 라마식 보탑과 유사한 점으로 보아 원나라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광보전은 마곡사의 중심 법당으로 보물 제802호로 지정되어 있다. 내부에는 화엄사상의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데, 불전 가운데가 아니라 법당의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앉아 계신다.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이 이런 위치에 앉아 있는 예는 매우 드물다. 1782년 대광보전이 완전히 소실되는 화재 속에서도 이 불상은 무사했다고 한다. 바닥의 카펫 아래에는 참나무 껍질로 엮어 만든 삿자리가 깔려 있다. 삿자리를 만든 이는 조선 후기의 한 지체장애인이다. 어느 날 마곡사를 찾아온 그는 백일기도를 올리며 틈틈이 삿자리를 짰다. 그는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얻을 수 있다면 이생에서도 다음 생에서도 착한 일을 하며 살겠노라고 맹세했다. 드디어 100일째 되는 날 약 30평 정도의 삿자리를 완성한 그는 부처님께 하직 인사를 올린 뒤 두 발로 걸어 나갔다고 한다.

대부분의 절집에서 정면을 차지하는 대웅보전이 마곡사에서는 대광보전 뒤쪽 높은 곳에 서 있다. 대웅보전은 보물 제801호로 외부에서는 2층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통층이다. 전각의 내부에는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굵직한 싸리나무 기둥 네 개가 서 있다. 마곡사 대웅보전 싸리나무 기둥을 많이 돌수록 극락길에 가까워지고 아니면 지옥 길에 가까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묻는단다. '그대는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 기둥이 참으로 보드라워 손끝이 뜨끔하다. 극락에 간 사람들 모두 모여 싸리기둥 도는 내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으로 가다 회덕분기점에서 당진, 세종, 전주 방면 오른쪽으로 간다. 유성분기점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로 갈아타서 당진, 남세종 방면으로 가다 마곡사IC에서 내린다. 사곡교차로에서 마곡사. 사곡 방향 우회전, 다시 마곡사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마곡사 입장료는 성인 3천원, 청소년 1천500원, 어린이 1천원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