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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궤도를 이탈한 정당체제

2022-09-19

[단상지대] 궤도를 이탈한 정당체제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정당 내부에서 당내 소수 세력이 당 주류의 일방적 행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고 보완과 수정을 가할 수 있을 때 최소한의 당내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소수 의견이 봉쇄되고 배제된다면 이는 민주적 정당질서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일들이 거대정당들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 여당과 제1야당 내부 행태의 공통점은 당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그룹에 의한 일방성이다. 국민의힘은 비대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꼼수로 당헌을 소급해서 개정했지만 '실체적 하자'가 치유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은 당 비상상황을 정당화하려는 행태를 비판하고 권성동 원내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당 중진들에게 '해당행위'라고 공세를 취했다. 과거에 초선 의원들이 소장파로서 당의 혁신을 주장하던 모습과는 다른 낯선 광경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두 여부를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당 전체가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총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 역시 정당의 민주화와 부합하지 않는다.

양비론은 양쪽을 싸잡아 비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잘못이 더 많은 쪽의 편을 들어주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 기회주의로 비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양비론을 비판하는 관점은 흑백논리를 정당화하고 진영논리를 합리화할 수 있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양비론은 한국 정치에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다. 어떠한 이슈에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팬덤 지지층을 제외하고 중도층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어려운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거대정당들이 독점체제에 안주하여 유권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결정적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은 이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야 모두 소속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와 소명보다는 권력과 공천에 몰입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온존하면서 민생과 경제를 논하고 개혁을 운위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모든 정권에서 여야의 대립 갈등은 일상적이지만 야당 대표와 대통령 부인이 동시에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정기국회 내내 예산안과 각종 입법은 부차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이고 정기국회 기간 사법적 공방이 난무할 것이다. 해가 바뀌면 22대 총선 공천 관련 당내 줄서기와 세력 분화 등의 총선정국에 돌입할 것이다. 여야의 사법 리스크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력 대 세력의 쟁투로 변질되고 있다.

여당의 내부 분란을 마감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야당 의원들은 당 대표의 혐의를 방어하는 데 전력을 투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천을 장담할 수 없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진영정치가 강화되고 결국은 정권을 5년 만에 내 준 민주당이지만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이어 패배했음에도 2019년 당시의 맹목에 가까운 자기방어 기제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때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것은 야당 후보의 대장동 혐의를 비롯한 각종 사건이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의 극단적 자기방어가 민심과 멀어졌기 때문이었다.

여야 정당의 지지율 비교조차 의미가 없게 느껴지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법 판단이 당에 결정적 규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금의 정당체제는 그 자체로 정상이 아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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