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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미래주의 패션 ②

2022-09-23

가상세계·민간 우주선 발사·팬데믹 종료…희망적 메시지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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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앤가바나 2022 컬렉션.(ourculturem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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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2022년 현재, 미래의 모습과 패션을 그려보았을 때 금방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는 너무나 빨라진 기술과 사회의 변화,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더욱 급속하게 확산하는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등 미래 패션의 모습을 예측하는데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는 늘 궁금한 대상이다. 사람들은, 특히 디자이너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기반하여 미래를 그려왔다. '현대'라는 세상이 도래한 20세기를 시작으로 급속한 기술의 발달을 통해 '현대화되어가는 시대' 속에서, 1960년대 사람들은 달 탐험 성공으로 우주선, 우주 탐험 등 우주와 관련된 모습을 미래 패션의 주제로 표현하였다. 새로운 과학기술과 우주선을 대변하는 금속 재료의 재질과 광택은 그 자체만으로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과 패션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더욱 급속한 기술 발달과 이로 인한 환경오염, 핵 위험, 대공황, 불안한 예언의 확산, 밀레니엄 버그를 의미하는 Y2K 등으로 1980년대와 90년대 영화와 패션 등 여러 문화 분야에서 발견되는 미래는 전쟁, 어두움, 황폐, 재난, 멸망 등 불안한 모습으로 다수 선보이게 되었다.

80~90년대 세기말 불안감
절제된 무채색…은색·회백색 금속
현재 트렌드와 혼합한 미래 이미지
녹색빛 가상현실 세계속 검정 패션
2022년, 3D의상·로맨틱 감성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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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의 미래적 모습.(themovie database)

뚜렷하지 않은, 정해지지 않은 이미지 때문인지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영화의 배경과 패션에서는 절제된 무채색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우주선과 반도체 등 미래 기술을 대표하는 사물에 티타늄이나 알루미늄 등 은색이나 회백색 금속의 사용과 표현으로 미래 이미지를 상상하는데 은색은 빠지지 않는다. 1980년대에서 최근까지 시리즈로 제작되는 영화인 매드 맥스나 터미네이터에서 살펴보면, 공격적 이미지의 검정 가죽의 패션과 미래 모습을 강조한 듯한 은빛의 금속 소재의 의상과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먼 미래의 환경과 패션을 상상하는 것이지만, 미래의 모습을 그린 영화와 패션에는 거의 항상 동시대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상상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었다. 위에 언급한 영화 이외에도 208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토탈 리콜' 등에서는 영화 제작 시기인 1980년대와 90년대 시대적 패션 트렌드와 혼합하여 미래 패션을 그리고 있다. 즉 과감하고 풍성한 패션의 황금기인 80년대 당시 유행했던 넓게 과장된 어깨선의 의상, 과감한 색상과 배색, 몸에 밀착된 레깅스, 금속적 광택과 함께 에나멜 가죽, 반투명 색의 비닐 등 다양한 재질의 광택과 만나 당시에서 바라본 100년 후의 미래 패션을 창조하였다. 또한 1990년대에는 21세기로 넘어가는 세기말의 분위기로 미래주의(Futurism)가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이슈가 되었다. 2000년대의 디지털 시대는 무엇이든 가능하게 될 것 같은 기대와 함께 Y2K로 인한 혼란 및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가득한 시대로, 인테리어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혼합된 레트로 퓨처리즘(Retro-Futurism)이 크게 대두되었다. 패션에서도 미래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금속과 플라스틱, 비닐 등 광택 소재를 사용하여 이제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스타일이 제시되었다.

특히 이전에는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중심으로 소개되었던 미래주의적인 패션이 90년대 들어 일상생활로 스며들었다. 이는 대중문화를 시작으로 유행으로 번지게 되었다. 요즘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 '가상현실의' '인터넷의'의 의미인 '사이버(cyber)'라는 단어는 과학적 전자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노(techno)'와 함께 당시 사이버 패션과 메이크업이나 테크노 패션이라는 단어로 은빛의 패션과 눈화장으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모습은 90년대 인기 가수였던 엄정화와 이정현의 무대의상과 메이크업을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었다. 이는 최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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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에리 뮈글러 1989년 컬렉션.(graziamagazine.com)

90년대 그려진 미래의 모습은 점점 다양해지는 문화의 모습과 유행 등으로 다각적으로 그려졌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제5원소에서는 지구인과 푸른 피부의 외계인이 함께 어우러진 23세기를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한 파격적인 의상으로,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재미있는 분위기로 이끌었다. 반면 인터넷 등 과학기술을 통한 은빛 미래와 함께 세기말의 불안감은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묘한 중성적인 녹색 빛의 배경과 검은색의 직선적인 의상으로 2199년의 불안한 가상현실 세계를 보여주었다.

2022년, 미래주의 패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이후 패션쇼에서는 3D로 만들어진 의상, 로맨틱과 강한 도전적 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진 광택의 의상 등으로 미래주의 패션을 꾸준히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의 확대, 민간 우주선 발사, 코로나 팬데믹에서 멀리 벗어나고픈 희망 등의 감성이 혼합되어 낙관적이고 긍정적 모습의 미래주의 패션이 창출되고 있다. 이러한 낙관적 미래의 모습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불안한 미래에 대한 극복 의지와 희망에 대한 열망이 함께 표현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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