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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는 무엇인가…극장서 상영하지 않는 넷플릭스 작품, 영화가 아니다?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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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씩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당면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영화는 예술인가, 오락(엔터테인먼트)인가'라는 질문일 수도 있겠고, 영화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적 질문일 수도 있다. 이 질문이 새삼스레 떠오르게 된 이유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영화의 개념과 정의를 둘러싼 담론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의 등장 이후, 오랜 역사를 통해 정립되어 온 영화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오래된 논쟁이지만, 영화는 예술인가 아니면 상업적 오락거리에 불과한가에 대한 논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몇년전 넷플 제작 '옥자' 칸영화제 출품 좌절
프랑스 영화 개념에 넷플은 포함 안됐기 때문
한국에서도 넷플을 영화 범주에 포함 안 시켜

올해 칸영화제에선 '틱톡 단편영화제' 신설
극장 상영 목적 아닌 영화제 등장은 큰 변화


영화의 출발은 이렇다. '열차의 도착'이라는 최초의 영화를 만든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네마토그래프라는 영사장비를 통해 자신들이 만든 영화를 스크린에 투사해 많은 관객들이 한꺼번에 영화를 볼 수 있게 하였다.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는 에디슨이 발명한 키네토스코프(기계 안을 들여다보는 관람 장치로 시네마토그래프보다 앞서 발명되었다)와의 대결에서 승리했고, 현재 영화 관람 형태의 원형(극장에서의 영화관람)을 만들었다. 1895년 12월2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카페에서 최초의 유료상영회가 열렸다. 관람료는 1프랑이었으며, 총 10편 내외의 영화가 한 번에 상영되었다. 애초에 영화는 상업적 목적으로 시작된 훌륭한 볼거리였다.

자본은 이러한 영화의 산업적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이른바 포디즘(대량생산 체계)은 영화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는 일찌감치 제작·배급·상영의 수직통합(이후,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파라마운트 판결'을 통해 수직통합 시스템은 해체된다)을 이루었으며, 감독보다는 프로듀서 중심의 표준화된 제작 시스템을 통해 그야말로 영화를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감독은 독립적인 연출가로서 존재하기보다는 스튜디오에 소속되어 일정한 품질의 영화를 양산하는 기술자의 역할로 한정되어 있었다.

영화가 산업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가는 동시에, 한편에서는 예술로서의 영화가 대두되었다. 1911년 이탈리아의 평론가였던 리치오토 카뉴도가 '제7예술 선언'이라는 글을 발표하며, 영화가 예술의 한 영역으로 호명되기 시작했다. 이후 1920년대 프랑스 인상주의, 독일의 표현주의 등 다양한 영화 사조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영화는 점점 더 감독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예술 분야로 자리 잡아 갔다. 1950~60년대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과 주제 의식을 가진 감독을 작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작가주의 이론이 펼쳐짐에 따라 영화예술에서 있어 감독은 작가의 지위를 획득하며 그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 감독의 이름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영화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한 명인 장 뤽 고다르(1930~2022)는 영화만이 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그는 일평생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하며 싸웠다. 그리고 영화란 문학과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고유한 장르라는 개념에 충실하며, 수많은 영화적 실험을 통해 당대와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영화, 예술로서의 영화가 지금까지 공존해오며 이를 둘러싼 '예술 vs 엔터테인먼트' 논쟁 또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거장 감독으로 잘 알려진 마틴 스콜세지는 한 강연에서 "마블의 영화는 영화(cinema)가 아니라 배우들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가장 잘 만든 '테마파크'이며, 잘 기획된 상품"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마블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인공인 톰 홀랜드가 논쟁에 가세해, '마블의 영화는 제작비가 훨씬 비싸다는 것이 차이이며, 캐릭터에 대한 연구나 감독의 스토리와 캐릭터 구성은 모두 다 똑같은 과정을 거치며, 결론은 영화는 다 예술이며 마블의 영화도 예술'이라며 맞받아쳤다. 이는 자칫 신구 세대의 갈등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계속되고 있는 논쟁이기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각자가 해석하는 개념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에서는 영화에 대한 개념과 정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OTT라는 거대한 산업의 등장이다. 불과 몇 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칸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았으나, 이 영화가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라는 이유로 출품 반대에 부딪혔다. 이유는 프랑스가 생각하는 영화 개념에 넷플릭스 영화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장편영화의 개념을 '영화 상영관에서 영사하는 시간이 1시간을 초과하는 작품'으로 법률로 정해놓았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영화 상영관'이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는 영화 상영관이 아니므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도 영화는 '연속적인 영상이 필름 또는 디스크 등의 디지털 매체에 담긴 저작물로서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公衆)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을 말한다'라고 되어있다. 한국에서도 넷플릭스 영화는 영화가 아닌 것이다. '옥자' 논란 후 5년의 시간이 지난 올해 칸영화제는 틱톡(TikTok)과 손을 잡고 틱톡 단편영화제를 신설했다. 틱톡 역시 극장상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영화가 세금징수의 대상이 아닌 점이 사실상의 가장 큰 이슈이다.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이상, 넷플릭스 영화에서 영화발전기금을 징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영화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담론이 어쩌면 정치적인 논쟁일 수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시대에 따라 영화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면서 영화는 예술로서, 산업으로서 그 영역을 확고히 해오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영화가 다양성을 잃지 않고, 우리에게 많은 예술적 영감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문화로 계속 남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부디 미래에도 이러한 논쟁이 이어지길 바란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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