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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원장의 속편한 이야기] 철분제와 위장 장애

2022-09-20

빈혈, 출혈로 인해 생긴 경우 많아
근본 원인 질환 발견·치료가 우선
철분제 섭취 시 식전복용 권하지만
소화불량 등 문제엔 식사 중도 가능

정연수
정연수 (더편한속 연합내과 원장)

빈혈의 증상과 원인은 다양하지만, 제일 흔한 원인은 철결핍성 빈혈이다. 철분의 결핍도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첫째 임신이나 성장기처럼 철분의 필요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는 경우, 둘째 거식증, 항암치료, 위장 질환 등으로 식사를 거의 못 해 철분 공급이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피가 우리 몸 밖으로 빠져나가서 생기는 마지막 경우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흔한 원인이다. 여성에서는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등의 질환으로 생리 양이 많아지거나 생리 기간이 길어져 문제가 되는 경우가, 남성은 위장관에서의 출혈이 가장 흔하다. 따라서 철분이 모자란 형태의 빈혈로 진단받으면 여성은 산부인과 검사부터, 남성은 내시경 검사부터 하게 된다. 여성에서 산부인과적 문제가 없다면 내시경을 그다음으로 시행한다.

빈혈을 교정하지 않고 방치하면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피로감, 어지럼증으로 시작해 심각한 경우 심부전, 심정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성장기에 생기는 빈혈은 신체 발달이 늦어지거나 학습 능력이 저하될 수 있고, 임신 중에는 태아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무증상이라 할지라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지 말고, 반드시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한다. 또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철분제만 복용하는 것은 임시방편으로, 철분제 중단 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암과 같은 악성 질환들도 철결핍성 빈혈을 일으킬 수 있어 큰 병을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치료의 제일 중요한 원칙은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 치료하는 것이다. 그 이후 치료의 두 번째는 철분의 보충이다. 하지만 빈혈의 정도가 심하거나, 심혈관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철분 주사나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철분이 많은 음식은 육류, 간, 선짓국, 달걀노른자, 시금치 등이 있다. 채소보다는 육류에 있는 철분이 흡수가 더 잘 되는 만큼 육류 위주로 많이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빈혈이 생긴 후에는 음식만으로 충분한 철분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철분제를 같이 복용해야 한다. 이 약제를 복용할 때에는 여러 부작용과 주의 사항이 있다. 일반적으로 철분의 흡수를 높이기 위해 철분제를 식전에 복용해야 하고, 약제 복용 전후 2시간은 우유, 커피, 녹차, 고칼슘 음식, 제산제 등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철분제에 의한 부작용은 위장 장애가 제일 흔하고,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문제다. 공복 상태에서 철분제를 복용하면 소화 불량이나 오심, 구토, 변비와 같은 증상이 심한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식사 중 철분제를 복용하거나 하루 치 약을 두 번, 세 번으로 나눠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흡수가 느리기는 하지만 위장 장애가 더 적은 액상형 제제로 변경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오렌지 주스나 비타민C를 철분제와 같이 복용하면 철분의 흡수를 더욱 높일 수 있지만 역류성 식도염, 위염 환자는 속 쓰림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또 다른 부작용은 검은색 대변이다. 우리 몸에서 흡수가 덜 된 철분제는 대변의 색을 검게 만든다. 위암이나 위궤양 등의 심각한 질환으로 생기는 위장관 출혈에도 흑색변이 생길 수 있다. 출혈로 인한 흑색변은 피비린내나 고약한 냄새를 동반하며, 짜장처럼 검은색으로 끈적하고 무른 형태를 보이지만, 철분제로 인한 흑색변은 끈적한 느낌이 없고, 역한 냄새도 심하지 않은 등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개인이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여서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빈혈의 증상이 사라져서, 약을 먹으면 변비가 심해진다는 등 여러 이유로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철분제를 복용하면 며칠 내로 증상은 급속히 좋아지며, 빈혈 수치도 2개월 내에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된다. 문제는 이렇게 회복되는 시기에 임의로 중단하면 몸에 비축된 저장철이 없어 금방 빈혈이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빈혈(혈색소) 수치가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간, 근육, 골수 등에 저장되는 저장철이 정상으로 회복된 후 중단해야 하고,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저장철의 상태는 혈액 검사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철결핍성 빈혈은 철분이 부족한 근본적인 질환을 발견해 치료해야 하고, 철분제의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조절해야 한다.

정연수 (더편한속 연합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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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더편한속 연합내과 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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