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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저 산에 가고 싶다

2022-09-26

지난 22일 상주시에서 치과의원을 하는 홍대기 원장이 SNS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모친과 한라산 백록담 앞에 서서 찍은 사진이었다.

홍 원장의 모친 유노미 여사는 올해 87세다. 풍기에서 큰아들과 인삼 농사를 짓고 있다. 70년 가까이 농사를 지으며 아들 넷을 키운 그저 평범한 농촌 아낙, 늙어서까지 일을 놓지 못하고 평생 고생을 하시는 어머니다.

지난여름 아들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휴가를 간 유 여사가 한라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산에 가고 싶다." 표정을 보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단다. 추석에 뵈었을 때도 생각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한 홍 원장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피해서는 안 될 일임을 알았다. 올해 회갑인 그도 한라산에 오를 자신이 없어 며칠 전부터 동네 야산에서 등산 연습을 했다.

유 여사는 백두산도 오르고 미국 그랜드캐니언도 걸어볼 정도로 무릎은 튼튼하였다. 그러나 차로 정상 부근까지 가는 백두산에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가야 하는 한라산을 견준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어쨌든 모자는 21일 오전 5시30분 관음사 주차장에서 출발했다. 한두 시간 정도 올라가다가 내려올 것이라는 아들의 기대는 깨어지고 8시간의 고행 끝에 한라산 정상에 도착했다. 하산은 성판악 코스를 타고 오후 7시30분에 탐방안내소에 도착, 14시간의 등정을 마무리했다.

백록담 앞에 서 있는 사진 속 유 여사의 주름 가득한 얼굴은 대수롭지 않은 일을 이뤄낸 듯 무덤덤하다. 유 여사님,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빕니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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