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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정치

2022-09-26

[월요칼럼]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정치
이영란 논설위원

우리 국민이 갖는 정치판에 대한 실망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의 그 모습은 정말로 후진국 뒷골목 수준이다. 경제적으로 세계 1등 국가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기업가들에 투자를 읍소할 정도이고, 문화는 세계를 펄펄 나는데 정치판과 그 주변은 여전히 수준 낮은 무리만 득실거리는 것인지.

정기국회 기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한주 내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과 뉴욕 방문에서 터져 나온 '비속어 발언'과 조문외교 논란 공방으로 보냈다.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장에서 나오며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 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한 발언의 진실 여부가 정치권의 핫 이슈가 된 것.

국가원수가 정말로 '××들'이라는 용어를 썼다면 바람직하진 않다. '××들'이 대통령에게 기대되는 품격있는 용어는 아니지 않는가. 전체 발언의 진실 여부 규명은 차치하고, 윤 대통령이 이번을 계기로 오랜 세월 입에 밴 검사의 말을 버리고 살짝 돌려서 말하는 외교적 수사를 체화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도어스테핑 등에서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말' 때문에 지지율 하락을 겪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그렇다고 민주당이 사소한 실수를 말꼬리 잡듯 오래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다. 특히 외교 안보 문제와 연관해서는. 10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 한 번도 없었던 세기의 장례식에서 일어난 윤 대통령의 조문 차질은 '아쉽다'라고 표현하면 될 가십성 사건인데 '외교 참사'로 키우는 것은 너무 과해서 되레 민망할 정도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도 밀어붙이고 있다. 진보 성향인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현재 정치는 국적을 포기하고 당적을 중요시하는 패거리 정치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패거리 정치를 또다시 폭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야당을 향해 '이재명 대표의 각종 사법 리스크 방어에 올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당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당에 힘이 실릴 리가 없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열쇠를 쥐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대통령 부부의 사소한 실수와 옷차림에 집중하고,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한국경제는 물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치솟는 '3고(高)'로 신음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등 외교 안보는 여전한 난제이다. 이런 엄중한 시점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벌어지는 공방이 가치 있다고 보는 국민이 누가 있을까. 먹고 사는 문제, 더 크고 명분 있는 어젠다를 두고 경쟁에 나서길 바란다. 지도자의 역량 확보와 미래에 대한 정치권의 진중한 고민과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영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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