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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인류 최후의 우주선…지구를 기억하는 유일한 인간

2022-10-07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감정과 기억 모두 삭제 시킨

우주선 안의 지배자에 맞서

인간다움 되찾는 과정 그려

미국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표지

올해 100주년을 맞은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이다. 뉴베리상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아동 문학상으로, 1922년부터 미국도서관협회가 매년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수여하고 있다. 이 책은 1994년 대상작 '기억 전달자'를 잇는 SF 명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올 초 수장작을 선정하며 뉴베리상위원회가 "세상을 구하는 스토리텔링의 보편적인 힘을 보여 주는 SF. 강력한 주제와 풍부한 개성이 가득하다"며 극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은 주인공 페트라의 여정을 통해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를 탐구한다. 2061년 7월28일, 페트라는 혜성의 궤도 이탈로 멸망 위기에 놓인 지구를 떠나게 된다. 새로운 행성에서 살아갈 사람들은 선택받은 수백 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자녀뿐. 페트라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지구에 남겨두고 식물학자인 엄마와 지질학자인 아빠 그리고 동생 하비에르와 함께 우주선에 올라탄다. 그리고 2442년, 페트라는 세이건이라는 새로운 행성에 착륙한 우주선 안에서 눈을 뜬다. 하지만 페트라 옆에는 엄마도 아빠도 하비에르도 없다. '일치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인류의 죄를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지배자 콜렉티브가 우주선을 장악하고, 승객들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만 것이다. 다행히 기계 오작동으로 페트라는 유일하게 과거와 지구를 기억한다. 함께 우주선에 탔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콜렉티브가 부여한 임무를 수행할 제타1, 제타2 등으로 불리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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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옮김/위즈덤하우스 428쪽/1만8천원

이 책은 콜렉티브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구를 기억하는 페트라를 통해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콜렉티브는 외모, 지식,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하나가 된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일치와 평등은 다르다. 인간은 다르기 때문에 독특하고 아름답다. 그 다름을 배척하지 않을 때 평등한 세상을 이룰 수 있음을 인류의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콜렉티브는 자신의 목적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죽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기억과 감정을 제거한 채 행성 개척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한다. 과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를 우리는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책은 다른 사람을 향한 친절과 연민, 희생과 사랑이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한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 준다.

모든 상황을 인지한 페트라는 우주선 어딘가에서 있을 가족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콜렉티브에게 제거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페트라에게 다시 한번 용기를 주는 것은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다. 옛이야기 속 공주 블랑카플로르가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왕자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할머니에게 들은 옛이야기를 통해 저항하며 기억과 감정을 잃은 인류를 구하려 나선다.

'이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바라건대, 지구의 이야기가 저 아이들에게 자신이 누구이고 가족이 누구였는지 상기시켜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기억한다 해도, 이 방 밖에 있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겠다고 마음먹지 않기를 나는 기도했다. 모두 나를 지켜보며 기다렸다. 이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229~230쪽)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페트라와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보여 준다. 특히 페트라는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길을 찾는다. 오직 콜렉티브를 위해서만 존재하던 제타 대원들도 이야기를 통해 어느새 개성과 감정으로 드러내며 '자아'를 찾아간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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