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개최 의정비심사위
공무원 보수 인상률 잣대
주민참여 기회 오히려 막아
대동소이한 인상안 가결
2곳 여론조사 광주와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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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사회부장 |
대구시의원을 비롯해 각 구·군의원들의 4년간 의정비를 결정하는 심사가 11일 중구와 북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의정비는 심사를 통해 결정되는 '월정수당'과 고정된 '의정활동비'를 합산해 지방의원들에게 지급된다. 지방의원들의 월급인 셈이다.
의정비심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구시의원의 의정비는 내년과 2025년은 동결, 2024년과 2026년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하 인상률)만큼 인상된다. 대구지역 기초의회의 경우 중구, 서구, 북구, 수성구, 달성군은 내년부터 4년간 매년 인상률만큼 인상된다. 동구, 남구, 달서구는 내년은 동결되고 이후 3년은 인상률만큼 오른다.
문제는 의정비(월정수당) 심사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 지침에는 주민의견 수렴 과정이 명시돼 있지만, 의정비 인상률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넘을 때만 반드시 여론조사나 공청회 결과를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넘지 않을 경우엔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의견 수렴 과정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집행부(대구시, 구·군)에서는 의정비심사위에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잣대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일부 심사위원의 경우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위해 인상률 이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까지 있다. 집행부에서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부담으로 느끼는 이유는 여론조사를 할 경우 행안부가 예시로 제시한 설문조항에 현재 의정비보다 낮은 금액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정비 심사가 집행부 주도로 진행되면서, 대구에서는 의정비 심사가 시작된 이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여론조사나 공청회가 열린 사례가 거의 없다.
반면 광주에서는 올해 열린 5개 구의회 의정비 심사에서 남구와 광산구의 경우 의정비 인상 폭을 주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대구와는 대조적이다.
대구지역 각 구·군의 주민의견 수렴 부담은 심사위 개최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여론조사 준비 등의 기간이 필요함에도 10월 말까지는 반드시 결정해야 하는 의정비심사위원회를 불과 20일 앞두고 처음 개최한 구청이 있는가 하면, 일부 구청은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야 함에도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가결' 한다는 조항을 이유로 위원장이 세부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공무원 보수 인상률(올해 기준 1.4%) '이하'냐 '초과'냐만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심사 결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대구시가 지난 4년(2019∼2022년)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의 50%씩을 격년으로 인상하고앞으로 4년 동안은 첫해는 동결하고 격년으로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 인상키로 결정한 반면, 구·군의회의 경우 5곳은 매년 인상률만큼, 3곳은 올해만 동결하고 내년부터 매년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구·군의회는 대동소이하다.
주민 참여를 목표로 출범한 지방자치제도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방의원 의정비가 얼마인지 아는 주민은 거의 없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과 지방의원 간 소통이다. 그 소통의 중심엔 지방의원의 보수도 한몫 한다. 4년마다 이뤄지는 의정비 심사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성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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