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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17〉정금나무

2022-10-27

[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17〉정금나무
나채선(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 연구실장)

주위를 돌아보면 노랗게 빨갛게 단풍이 물든 가을 산자락 한복판에 서 있다. 가을 산에서는 열매가 익어가고, 바람결에 씨앗이 흩날린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라는 이름처럼 산에서도 나무마다 풀마다 결실을 보고 있다. 그 가운데 '정금나무(Vaccinium oldhamii Miq.)'도 함께 존재한다. 한창 흙갈색의 열매를 맺을 시기다.

2011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우선 보전해야 하는 야생식물을 발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작물야생근연종이라고 정의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산림 내 작물재래원종으로 부르기도 한다. 작물과 가장 가까운 야생식물로, 기후변화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식량위기에 대비하여 작물을 개량하기 위한 자원을 말한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식량작물은 유전다양성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하여 작물의 기원이 되었던 혹은 그와 가장 가까운 야생식물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부터 산림 내 작물재래원종의 유전자원을 보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토종 블루베리'라고 불리는 정금나무다. 산지에서 자라는 키 작은 관목으로 한국·중국·일본에만 분포하며, 해외로 반출하려면 국가의 승인이 필요할 정도로 주요한 보호수종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도 시드뱅크에 저장하기 위하여 지금 한창 열매와 씨앗을 수집하고 있다.

정금나무는 토종 블루베리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가 먹는 블루베리와 매우 가까운 식물이며, 열매를 주로 술로 담가 먹는다. 자생하는 정금나무는 북미산 블루베리보다 유용성분 및 항산화 활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특히 눈의 피로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블루베리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블루베리의 대체품 혹은 토종 블루베리의 신품종 개발을 기대하게 만드는 산림자원이다. 그럼에도 씨앗의 발아율이 10% 미만이라 재배하기 어려운 식물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연구기관들은 정금나무의 재배 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는데, 2020년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이 영양체를 이용한 조직배양묘의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하였고, 지난달에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정금나무 씨앗의 발아조건을 밝히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논문에 따르면 자생지의 정금나무 씨앗은 안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충실한 종자를 선별했을 때 실험실에서 알맞은 조건에서 싹을 틔우면 발아율이 90%까지 올라가는 결과를 보였다. 현장에서의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금나무의 자원화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은 명확하다.

산림에는 무한한 자원이 존재한다. 특히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보고이다. 그 안에는 정금나무처럼 미래의 식량위기를 극복할 대체자원들도 숨어있다. 그러나 개중에는 여전히 이용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자원들이 존재한다.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또 자원전쟁 시대에 종자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자생식물의 가치를 찾고, 자원화를 위한 정보를 밝히는 것이 산림생태계의 보전과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임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본다.

나채선(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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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채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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