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정치적 갈등과 혐오
편가르기 넘어 파괴적 양상
사회 안정과 통합 기반 잠식
분노와 증오는 파국을 초래
협치와 국민 통합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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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진 대구대 총장 |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좌절한 시민이 공개 장소에서 불특정 타인을 공격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의 탈을 쓴 개인이 막연한 혐오 감정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일도 다반사다. 텔레비전에서는 공중파와 종편을 가리지 않고 아침부터 유력 인사들이 출연하여 견해를 달리하는 정치 집단에 대한 공격적 언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정치 집회에서는 상대에 대한 혐오 주장을 넘어 물리적으로 충돌하곤 하는 일마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지경이다.
우리 사회에서 편 가르기가 일상화된 데 이어 최근 집단 간 갈등이 점차 파괴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하였다. 분노한 개인이 타인을 공격하여 해치는 일이 현실로 발생하고 있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증오와 배제가 점차 체계화되면서 반대 진영을 박멸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시되고 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사람은 실로 당당하다. 이들은 정의의 대변자이며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 선한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상대편에 있는 개인과 집단 역시 같은 생각을 가졌으니 어차피 피장파장이다.
자신과는 다른 타인이나 집단을 배척하고 공격하는 일은 인류 역사에서 오래된 현상이다. 정치적·철학적 입장에 따라 편을 나누거나 사회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주장을 달리하는 일은 인류 역사에서 항상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일은 그 양상에서 전례가 없다. 정치적 입장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특정 개인과 집단을 공격하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지역사회, 학교, 직장에서 배척하고 일상적 차별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금은 사회 안정과 통합의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개인과 집단을 배척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개인의 일이든 국가적 사안이든 긴 과정의 한 시점에서는 그러할 이유가 차고 넘칠 뿐 아니라 그렇게 하는 일이 무척 정의로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을 영구히 완전하게 배제하고 도태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비록 흉악한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영구히 격리하지 못하며 언젠가 반드시 사회로 되돌아온다. 누구든 배척당하고 공격받으면 반드시 그에 따른 되치기를 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개인과 집단의 분노와 증오는 양방향으로 전개되며 상승적으로 작용하곤 한다. 특정 개인과 집단에 대한 편견의 벽을 높이 쌓고 배제하고 공격하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인하고 정당한 시민권을 박탈하려는 강자의 일방적 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배제당하고 공격받은 상대는 부당한 편견에 결연하게 맞서 전세를 역전시키고 때가 되면 공격에 상응한 되갚음을 당연히 추구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분노와 증오의 상승적 전개는 종국에는 모두의 파국을 초래할 따름이다. 지금은 협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남북한 관계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굳이 이런 위기를 말하지 않더라도 국가와 사회의 지도자는 마땅히 국민을 좌절시키고 분열시키는 난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교착상태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균열이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제일 앞줄에는 당연히 국가와 사회의 지도자가 있어야만 한다.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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