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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프란시스코 고야의 검은 회화

2022-10-25

[문화산책] 프란시스코 고야의 검은 회화
김윤경 (화가)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집의 벽화인 검은 회화 연작은 이미 붉은 고깃덩어리로 변하고 있는 아들을 입속으로 집어넣는 아버지를 비롯한 강하고 공포스러운 주제들로 광기에 대한 두려움, 인류에 대한 비관 등을 담고 있다. 나폴레옹 전쟁과 급변하는 스페인 정부의 혼란 속에서 인류에 대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던 고야는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자연스럽게 검은 그림들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커미션에 의한 것도 아니고, 당대에는 판매가 이루어진 적도 없으며 어떤 관객도 보았다는 기록이 없어서 제작 연도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미술사가인 훈케라는 고야의 아들 하비에르와 손자 마리아노에 의해 발견되었을 이 그림들이 고야가 살았던 귀머거리의 집이 당대에는 단층이었고 사후에 이층으로 개조된 것으로 미루어 '가짜 그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는 그림이 아들 하비에르에 의해 그려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아버지인 고야의 이름이 분명 그림의 가격을 올려 줄 것으로 생각하여 결국 고야가 그린 그림들이라고 거짓 주장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고야가 그린 것이든 하비에르가 그린 것이든 그림들 자체가 예술적 재능과 가치를 온전히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슈를 만들기 위한 미술사가의 억측이든, 그림을 둘러싼 예술 제도권의 권력 싸움이든 관객에게 그림은 큰 위로로 다가온다. 어둡고 불안한 시대와 사람들을 빠른 필치로 담은 강렬한 그림들에 모두가 그저 공감하는 것이다. 스페인의 국민 화가 호안 미로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프라도 미술관을 찾았을 때 가장 보고 싶어 했던 그림이 고야의 검은 회화 연작 중 하나인 '개(The Dog)'였다. 이는 그림이라는 예술 작품의 본질이 작품 자체에 있기도 하고 작품을 만들어 낸 예술가에게 있기도 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가장 완벽한 사례인지도 모르겠다.

고야의 시대나 우리의 시대나 예술은 무엇보다도 인간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선물이다. 고야의 것이든 그렇지 않든 그 자신 혹은 고야의 아들에게 그리고 당대의 사람들에게 시대의 우울을 견디게 해 주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사회적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작업에 더욱 매진하는 작가를 많이 보게 된다. 어찌 됐든 예술은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것, 그 치유력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시대의 많은 예술가가 증명한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김윤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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