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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
입시 교육의 병폐와 부작용은 지난 수십 년간 제기되어 왔지만, 여전히 해결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 입시가 수시 위주로 되면 족집게식의 입시 교육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각종 컨설팅과 사교육은 도리어 더 활개치며 '전인교육'을 말살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수시 제도의 복잡성 때문에 이러한 시장이 개입되고, 결국 준비와 평가 단계에 대한 모두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무 교육이 고질적 병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수요자의 목적이 대학 입학을 통해 사회적 성공을 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을 통해 피교육자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보다는, 당장의 성적에 집착하고 각종 컨설팅과 사교육 등의 개입을 통해 입시 결과만을 극대화하려는 방식이 지금의 병폐를 야기하고 있다. 결국 올바른 가치관 성장과 스스로 공부하고 역량을 키우는 능력이 의무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배양되지 않다 보니, 대학에 들어와서 많은 학생이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입시 결과를 최적화하기 위해 비교적 쉬운 과목을 선택하여 점수를 올리고, 어려운 과목은 기피하기에 학력 저하가 일어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역량을 기르지 못했기에 대학 공부에서 헤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그러한 역량이 길러진다면, 필요한 부분은 스스로 찾아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된다.
몇 년 전, 국내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최상위에 입상한 학생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놀라운 점은 그 학생의 수학 내신 성적은 3~4등급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 학생은 단순한 평가로 능력을 줄 세우기 위한 현재의 수학 시험은 진정한 수학 실력을 길러내지 못한다는 생각이었다. 최근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가 수능의 다른 과목에서는 여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지만, 수학 과목은 좋은 점수를 받을 자신이 없다고 언급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 유명 사교육의 족집게 강의로 쉽게 점수를 올리면 많은 것이 해결되는 지금의 세태는, 독립적으로 공부하고 창의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대학원 과정에서 매우 큰 한계를 보이게 한다. 족집게식의 강의와 요약식 공부에 길든 학생들은 새롭게 쏟아지는 지식과 정보를 스스로 소화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창의적 접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는 결국 학문 생태계의 취약성을 야기하고,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애초에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제도를 도입했던 것은 장시간의 평가를 통해서 다양한 인재들을 심도 있게 평가하고 발굴하자는 취지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고질적 병폐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교육이 결국 객관성이라는 함정과 시장성의 논리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즉 소위 말하는 상위권 대학 인기 학과 입학이 사회적 성공이라는 공식에 갇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배제하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사교육이 쉽게 활개 칠 수 있는 단기 기술적 접근보다는 긴 안목으로 학생을 성장시키는 전인적 교육이 우위에 있는 평가 방법이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단순히 입시 제도를 쉽게 바꾸는 것보다는 우선적으로 현재 대학별로 차이가 많은 평가 방법 중에 우수한 평가 모델을 선별하고 보완하면서 장려해야 할 것이다.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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